국민들 시름하는데…이찬진 금감원장 1년 치적 자화자찬 눈살
2026-08-14 14:27:13 2026-08-14 14:27:13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지본시장과 부동산 정책 실패로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대출절벽이 이어지는 등 국민들이 시름하고 있지만, 정작 관리 책임자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1년 성과를 홍보하는 데 급급한 모습입니다. 
 
지배구조 개선·ETF 논란 침묵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이 원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취임 후 주요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원장이 여러 차례 강조해온 소비자보호 강화와 불공정거래 척결,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 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실세 원장'으로도 불리는데요. 이 원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필요성을 건의해 금감원의 숙원이던 자본시장 특사경 인지수사권을 확보한 것은 대표적인 성과로 꼽힙니다.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이 부여되면서 금감원이 중대 불공정거래 사건을 행정조사에서 강제수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이번 취임 1년 자료의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에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 원장이 그간 여러 차례 중요성을 강조했던 지배구조 개선은 취임 1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 구조를 '참호 구축'에 빗대며 승계 절차와 사외이사 제도를 손보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올해 초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제한과 사외이사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해왔습니다. 당초 3월 정기 주주총회 전후로 개선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발표는 계속 미뤄졌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KB금융(105560) 차기 회장 후보군이 압축되는 7월3일 이전에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빗나갔습니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놓고 민간 금융회사 경영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이 커진 데다 당정과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논의가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반년이 넘도록 발표 예고만 제시됐을 뿐 개선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위로 화살을 돌렸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선진화는 금융위가 주도하는 사안"이라며 "제도 개편과 별개로 금융사의 지배구조가 적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사전·사후 점검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14일 이찬진 원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금감원 권한 커졌지만 성과는 글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금감원 대응도 이 원장 취임 첫 해의 아쉬움으로 꼽힙니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과열과 관련해 높은 매매회전율로 증권사 수수료 수입만 늘어나고 개인투자자 손실 위험과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품 도입 당시를 되돌아보며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놨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출시 전부터 고위험 상품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특정 종목 변동성을 2배로 증폭시키는 구조인 만큼 투기적 거래와 투자자 손실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장 직후 거래대금은 수십조 원 규모로 폭증했고, 하루 매매 회전율은 200%에 육박했습니다. 상품 도입 단계에서 제기됐던 위험이 현실화한 셈입니다.
 
금감원이 강조해온 사전예방 감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상품 도입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막아내지 못했고, 시장 과열 이후에야 원장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추가 투자자 보호장치를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과거에 데이터가 특이하게 변동된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증권신고서를 수리하는 시점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 지금도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 주도로 도입된 상품에 대해 금감원장이 사후적으로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 금융당국 간 사전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란도 뒤따랐습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대응도 미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당초 ELS를 판매한 은행 5곳에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안을 마련해 금융위에 넘겼지만, 금융위가 산정 방식 등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금감원은 이후 위반행위의 시기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초기였다는 점 등을 반영해 과징금을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재산정했습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초기였고, 상당수 위반 행위가 계도 기간 중 발생했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설명했는데요. 일각에서는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불완전판매 사안에 대해 제재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을 두고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감독 기조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 원장 취임 1년에 대한 평가도 금감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금융 현안에 대해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전문성에 대한 취임 초기의 물음표를 완전히 지웠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며 "금감원 권한이 커진 만큼 앞으로는 주요 현안에서 감독당국 수장으로서 독자적인 판단과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억원(왼쪽)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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