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무지와 독선의 검찰개혁
2026-08-25 06:00:00 2026-08-25 06:00:00
톨스토이는 책 『인생론』에서 무지 또는 독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완전히 눈이 멀어버린 최후의 단계가 눈이 가장 잘 보이는 최고의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으며 따라서 자기들이 걸어온 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인했으면서도 한없이 기뻐하고 있다.” 
 
위 문장을 인용하는 이유는 정부 여당의 검찰개혁(개정 형사소송법, 이하 ‘개정 형소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살펴보고 그 뿌리인 정치철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몇 차례의 기고가 될 수 있겠다. 
 
우선 ‘개혁’과 ‘혁명’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복잡하고 느리고 어렵다. 그러나 지금 검찰개혁은 너무 조악하고 빠르고 편리해 보인다. 개혁은 100에서 1을 수정해 보고, 괜찮으면 그다음 관련된 2나 3을 수정해 나가는 방식이다. 안정성 지향이 장점이다. 반면에 혁명은 100을 일단 0으로 만들고 안 괜찮으면 1을 더하는 식이다. 대규모 희생이 단점이다. 
 
나는 혁명론자가 아니다. 역사를 거쳐온 절대다수 세계시민은 이제 혁명론자가 아니다. 혁명은 폭력적이고 빠르되 유지되기 어렵고, 반드시 반동과 퇴행을 가져온다는 교훈 때문이다. 혁명가 로베스피에르, 나폴레옹,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은 처음에는 초신성(supernova)처럼 빛났지만 긴 역사에서 보면 찰나에 불과했다. 윤석열은 북한마저 이용해서 나쁜 혁명을 일으키려 하다가 감옥에 갔고 정권이 바뀌었다.
 
‘사람’과 ‘제도’를 개념 구분하는 방법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총론적 검토를 해보자. 민주당은 검찰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거나 제도를 위반한 일부 정치검사 ‘사람’이 계속 나오는 문제는 제도 개혁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 철학과 기조에 당연히 동의한다. 불완전한 인간들의 공동체(leviathan) 운영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제도 개혁의 거대한 허점으로 인해 경찰 ‘사람’, 검사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 예견되는 지점,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5년 동안 발생하고 있는 악화 사례들에 대해서는 경찰 사람, 검사 사람 개인이 게으르거나 부정직해서 그렇고 앞으로는 사명감을 가지고 잘 해내면 되는 사람의 문제라며 원인을 왜곡·축소 해석하면서 방어한다. 사람의 문제와 제도의 문제를 그때그때 자기주장에 맞게 근거 삼는 철학은 자기 편의적 모순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경찰 사람과 검찰 사람이 알아서 협조하면서 양심껏 잘 해야 한다고 정언명령, 도덕률만 소리높여 훈화 말씀을 한다. 개정 형소법에 따르면 그 수사기관 사람들에게 ‘의무’도 없는 일들에 대해서 말이다. 
 
선의에 기댄 개혁 제도는 필패한다. 제도는 반드시 사람의 본질적 나약함을 전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개정 형소법 내용을 보면, 경찰 ‘사람’은 지나치게 신뢰하면서도 검찰 ‘제도’는 그 전체를 지나치게 불신하는 방향이다. 경찰 사람과 검사 사람 둘 다를 불신하는 원칙에서 균형, 상호 견제, 강제성(구속성), 예측 가능성(지속성)이라는 행정·입법 원칙이 있는 재개정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 
 
정부 여당은 자신들 역시 나약하고 비이성적인 인간의 본질을 갖고 있음을 잊은 채 논지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국가의 삼권분립 제도와 각종 견제 장치들이 왜 있을까. 견제 없는 권력과 조직은 부패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제도에 복무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상호 불신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체적인 제도를 통해 형식이나마 유지된다. 정치검사 사람의 문제를 제도로 개혁하되 경찰 사람의 문제도 제도로 통제해야 한다. 즉, 검찰개혁과 경찰 통제는 같은 가치와 무게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모세혈관을 건드리는 뇌수술처럼 치밀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 형소법 입법 절차와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톨스토이는 위 인용한 책의 해당 주제에서, 사람들을 속이는 권력형 비이성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다. “‘생각하지 말라. 우리가 정하는 의무만을 믿어라. 이성은 당신을 속인다. 신앙만이 당신에게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제시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믿으려고 노력했고, 또 믿었다.”, “이성에 호소하지 않고 신앙을 매개로 사람의 마음에 정신적인 것을 주입하려 하는 것은 마치 입 아닌 다른 곳을 통해 음식을 먹이려는 것과 같다.” 
 
류하경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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