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대책 이후를 봐야 한다
2026-08-25 06:00:00 2026-08-25 06:00:00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을 잡을 수 있을까.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잇따랐다.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 거래 규제에 이어 세제까지 손댔다. 여기에 서울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급조된 구상이 가세했다. 그만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집값이 안정화됐다는 소식보다 대책을 둘러싼 거센 반발이 먼저 들린다. 공급 대책은 서울시와 용산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갈등으로 이어지고, 세제개편안은 주택 보유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은 어떤 대책을 내든 비난받기 쉽다. 혜택을 보는 쪽은 가만히 있지만,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쪽은 크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동산 정책의 첫 번째 문제가 생긴다. 시간이다. 정부 정책은 발표와 함께 시작되지만, 효과는 훨씬 뒤에 나타난다. 공급은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거쳐 착공해야 한다. 주민과 지자체의 동의도 필요하다. 반면 집값과 전셋값은 단기간에 움직인다. 정책의 시간과 시장의 시간이 다른 것이다. 용산공원 논란도 결국 이 문제로 돌아온다.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구체적인 부지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공급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이 잡힌 사례는 많지 않다. 대책 발표 직후 시장은 잠시 거래를 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응기를 거쳐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히려 시장에 풍선효과를 일으켜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은 경우가 많았다. 특정 지역을 규제하면 옆 지역 가격이 올랐고, 특정 가격을 규제하면 그 가격이 기준점이 됐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다. 이재명정부의 정책적 유연성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시장의 요구를 듣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유연성과 오락가락하는 정책의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다 보면 시장은 정책을 믿기보다 다음 수정안을 기다리게 된다.
 
부동산 참여자들은 그간 너무 많은 정책을 경험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공급 대책이 나왔고 다양한 규제도 경험했다. 때문에 시장은 발표 자체보다 실행을 본다. 공급 물량이 실제 착공되는지, 착공한 주택이 예정대로 입주하는지, 한번 정한 세제 원칙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확인한다. 
 
용산공원 논란이든 세제개편 논란이든 정부가 모든 반발을 없앨 수는 없다. 당연하게도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부동산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반발이 있다는 이유로 정책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정책이 필요한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한 뒤 끝까지 실행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잡는 것은 결국 한 번의 대책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더 강한 규제를 내놓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더 많은 물량을 발표한다고 당장 집값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그 기다림을 견딜 만큼의 신뢰를 쌓는 일. 그것이 지금 정부에 필요한 부동산 정책이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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