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2차 공공기관 이전…첫발만 뗐다
법무부·성평등부 내년 상반기 이전…금융위·개보위 보류
공공기관 350곳 검토·109곳 감축…발전사·항만공사 통합
2026-09-03 17:46:54 2026-09-03 17:56:5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부 등 수도권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순차 이전합니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청 등은 청사를 신축한 뒤 옮깁니다.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에 대해서도 올해 4분기 중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하는 가운데, 그중 109곳에 대해서는 전략적 구조 개혁 등을 통해 대대적인 통폐합에 나섭니다. 이에 따라 발전공기업 5곳은 하나로 합쳐지고,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도 통합합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역시 합치는 한편, 대한석탄공사는 폐지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합니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금융위원회와 관련 공공기관, 국책은행 이전 계획은 이번 발표에서 보류됐습니다. 금융권의 거센 반발에 일단 알맹이를 뺀 채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나 정부가 재차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강조, 오는 4분기 발표로 미루면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대 쟁점 '금융위' 언급 빠져…"이전 대상서 제외된다는 의미 아냐"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중앙행정·공공기관 이전 방향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개를 대상으로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하에 올 4분기 중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이전에 착수하겠다"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구조개혁, 유사·중복 기능의 일원화, 소규모 기관 통합 등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9개 공공기관도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우선 법무부와 성평등부를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이전키로 했습니다. 두 부처는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 기관으로 규정돼 있는데, 정부는 이들을 제외 기관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합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 성평등부 등 규모나 이전 효과가 큰 기관을 우선으로 순차적 이전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소청·중수청, 경찰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 신축 이후 이전합니다. 외교부·통일부 등은 대통령실이 이전하는 2030년과 입법부 분원이 개원하는 2033년 등 관련 일정에 맞춰 이전 여부를 검토합니다. 모든 기관을 일률적으로 같은 시기에 이전하는 대신, 기관별 업무 여건과 준비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전한다는 게 정부 구상입니다.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금융위원회와 관련 공공기관, 국책은행은 이날 이전 대상에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4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금융권의 거센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정부는 이들 기관의 이전 방침을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윤 장관은 "오늘 언급하지 않은 기관이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4분기에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역대 최대' 공공기관 통폐합…유사·중복기능 일원화 
 
정부는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하는 대규모 기능 개혁도 추진합니다. 1차 이전 당시 적용했던 수도권 잔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면서 2차 이전 5대 원칙으로 △수도권 잔류 최소화 △기존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 △지역 대학·산업 연계 △자족적 정주 기반 확충 △속도감 있는 이전 등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곳을 '한국발전(가칭)'이라는 단일 법인으로 합칩니다. 발전사별로 분산된 연구개발과 재생에너지 투자를 한데 모아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연료·정비 자재 공동구매와 중복 인력 효율화를 추진합니다. 통합 법인에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정의로운전환본부를 두고 지역에는 3~4개 재생에너지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곳 항만공사는 '한국항만공사(가칭)'로 통합합니다. 정책·기획 기능을 일원화하되, 기존 항만공사는 산하 4개 지역 지사로 개편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맡깁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합칩니다. 석유공사의 석유비축과 제한적인 석유 탐사·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로 넘기고, 알뜰주유소 등 유통 구조 개선 기능은 석유관리원으로 이관합니다. 모든 광업소가 폐광되면서 존치 필요성이 사라진 대한석탄공사는 폐지합니다.
 
LH는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담당하는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을 맡는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로 분리합니다. 주택도시개발공사의 개발이익이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운영 구조도 설계합니다. 공항 분야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를 당장 합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한국공항보안과 인천국제공항보안을 '항공보안공단(가칭)'으로 통합하는 등 공항 자회사를 재편합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도 '한국축산진흥공사(가칭)'로 통합합니다.
 
정부는 이전 과정에서 민원과 인허가, 정책 집행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업무가 중단되거나 지연되지 않도록 기관별 업무 연속성 확보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전 직원과 가족의 세종 정착을 위해 주거·교육·보육·교통 등 정주 여건을 점검하고, 이전 기관이 조기에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도 조성할 계획입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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