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유지하며 원전 15조 민간 조달…CAPN·PPA '투트랙' 제안
기존 원전에 CAPN 적용…15조 선납효과 추산
신규·재가동 원전, 투자연계형 PPA로 민간자본 유치
포스코 "특정 기업 아닌 누구나 참여할 운동장 열어야"
2026-09-09 12:08:15 2026-09-09 15:11:34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철강 등 전력 다소비 산업에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면서 원전 투자 재원도 민간에서 조달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습니다. 기존 원전 전력을 프랑스의 원자력발전량 할당계약(CAPN) 방식으로 장기 할당해 약 15조원의 선납금을 받고, 신규·재가동 원전에는 민간 투자와 전력구매계약(PPA)을 결합하자는 구상입니다.
 
박정·안호영·김주영·박해철 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접경지역내일포럼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녹색전환(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국회 연속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2차 토론회는 '무탄소 PPA 확대와 전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마련됐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박정 의원이 좌장을 맡았으며, 강민구 법무법인 린 변호사와 황재훈 K-정책금융연구소 부소장이 발제했습니다.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전략에너지사업실장과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아킴 피셔 주한덴마크대사관 상무참사관, 고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소경제기획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기존 원전은 장기계약…신규·재가동은 투자연계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강민구 변호사는 현행 PPA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설계돼 기업이 원전 등 무탄소 전력을 장기간 조달할 통로가 부족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은 전력비가 생산원가의 약 30%를 차지하고 24시간 연속 조업이 필요한 만큼, 원전도 무탄소 전력 선택지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변호사는 한국형 원전 PPA를 기존 원전사업자형과 민간투자 연계형으로 나눠 병행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기존 원전사업자형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의 소유·운영을 유지하며 기업에 전력을 장기 공급하고, 민간투자 연계형은 기업이 신규·재가동 원전의 투자비와 위험 일부를 부담하는 대신 장기 전력 확보권을 갖는 구조입니다.
 
적용 대상으로는 월성 1호기 재가동과 월성 2·3·4호기 계속 운전, 신규 원전 건설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재가동과 계속 운전, 투자·비용 분담, 지역 지원을 함께 다룰 수 있도록 개별법 개정보다 특별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원전 PPA가 안전 규제 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적인 심사와 허가 기준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RENH 실패에서 CAPN으로…비용·위험도 분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황재훈 부소장은 핀란드와 프랑스 사례를 토대로 원전의 공공 소유를 유지하면서 민간기업이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안을 소개했습니다.
 
황 부소장은 프랑스의 '기존 원자력발전전력에 대한 규제접속(ARENH)'이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원전 전력을 낮은 가격에 공급했지만 민간투자를 끌어내지 못하고 EDF의 손실만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랑스는 이를 보완해 기업이 선납금과 발전위험을 부담하고 10~15년 이상 원전 전력을 원가에 공급받는 CAPN을 도입했습니다.
 
그는 "CAPN은 싼 전력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사업자와 동업하듯 비용과 위험을 나누는 방식"이라며 "국내 기존 원전 전력 약 50테라와트시(TWh)를 15년간 할당하면 기업으로부터 약 15조원의 선납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아르셀로미탈과 라파지, 데이터포, 베르코르 등이 CAPN으로 원전 전력을 장기 조달하고 있으며, EDF는 선납금을 기존 원전의 장기 운전과 설비 개선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원전 PPA, 철강 탈탄소의 현실적 대안"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손병수 실장은 "한전 재정보다 국가 철강산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수요 기업이 월성 1호기 재가동이나 신규 원전 건설 비용을 부담하고 전력을 공급받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특정 기업에 원전을 넘겨 달라는 것이 아니라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운동장을 열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은 전통산업이 제조업 생산과 수출의 40~50%를 차지하는  의 핵심 산업이라며,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수소까지 무탄소 PPA 대상을 확대하고 법 개정 일정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아킴 피셔 상무참사관은 정부의 차액계약(CfD)으로 발전사업의 위험을 낮추고 기업 PPA로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투트랙 전략과 전용선 제도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고현 과장은 원전 PPA가 산업 탈탄소에 기여할 수 있지만 저가 원전 전력의 배분 기준과 다른 소비자의 전기요금, 대기업 특혜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재생에너지 가격이 낮아질 때까지 원전을 청정수소 생산의 과도기적 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를 주최하고 좌장을 맡은 박정 의원은 "재생에너지 시대에는 전력을 어떻게 가져다 쓸 것인가를 넘어 얼마나 저렴하고 변동성 없이 활용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전력비와 탄소 감축 부담이 큰 전통산업이 산업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무탄소 PPA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국회 연속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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