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주가 0원 돼도 수수료는 그대로…기술특례 IPO 책임구조 논란
의무인수 최대 10억 상한…주관사 손실 부담 제한
혁신기술기업 풋백 의무 없어…투자자 보호 공백
2026-09-16 06:10:00 2026-09-16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2일 09: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최근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주관사의 가격 산정 책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관사가 받는 인수수수료가 의무인수로 부담하는 자기자본 투자액을 웃도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주관사의 직접적인 시장위험 부담에는 상한이 있는 반면, 인수수수료는 공모 규모에 따라 커질 수 있는 구조여서 현행 제도가 공모가격 산정에 대한 주관사의 책임을 충분히 강화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I 제작·IB토마토)
 
주식가치 0원 돼도 인수수수료는 '그대로'
 
12일 <IB토마토>가 최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술특례기업 5곳(스카이랩스(386380)·케이앤에스아이앤씨(487400)·져스텍(153890)·스트라드비전·레몬헬스케어(365660))이 제출한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모두 주관사의 확정 인수수수료가 기본 의무인수와 기관 확약 미달에 따른 추가 의무취득 금액의 총합을 웃돌았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13조 제5항에 따라 국내기업 IPO 상장주관인은 공모주식의 3%에 해당하는 주식을 공모가와 같은 가격으로 취득하는 제도다. 취득금액은 10억원이 상한이며, 원칙적으로 상장 후 3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주관사에게 상장 이후 주가에 대한 일정 부분 경제적 위험을 부담시키는 장치다. 여기에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비율이 기준에 미달하면 대표주관회사가 공모주식의 1%를 추가 취득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올해부터 기관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기준이 40%로 높아지면서 주관사의 추가 부담도 커졌다.
 
가령 지난 8월 IBK투자증권이 주관한 케이앤에스아이앤씨의 확정공모가는 1만1000원, 공모금액은 264억원이다. 기본 의무인수는 공모주식 240만주의 3%인 7만 2000주로 총 7억 9200만원이다. 기관 확약 미달 시 추가 의무취득은 공모주식의 1%인 2만 4000주, 즉 2억 6400만원이다. 따라서 의무인수 금액을 합산한 총 자기자본 투자액은 10억 5600만원이다.
 
지난 4월 KB증권이 주관한 스트라드비젼의 경우 기본 의무인수액은 10억원 상한이 적용돼 약 10억원이다. 기관 확약 미달에 따라 공모주식 700만주의 1%인 7만주도 추가 취득했다. 확정공모가 1만 2000원을 적용하면 8억 4000만원으로, 총 자기자본 투입액은 약 18억 4000만원이다.
 
반면 IBK투자증권과 KB증권의 확정 인수수수료는 각각 15억원, 25억7520만원이다. 인수수수료가 의무인수와 추가 취득에 투입한 금액보다 각각 약 4억 4400만원, 7억 3500만원 많다. KB증권은 별도로 최대 1.5%의 성과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조건도 붙었다.
 
문제는 의무인수 제도가 주관사의 가격 산정 책임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여주는지다. 주관사가 의무인수한 주식은 상장 후 일정 기간 처분이 제한돼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떠안게 된다. 공모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산정할 경우 주관사도 일정 부분 손실을 공유하도록 한 구조다. 다만 공모주식의 3%, 상한 10억원의 제한을 두고 있어 아무리 공모 규모가 커져도 주관사가 부담하는 기본 의무인수 금액은 최대 10억원에 그친다.
 
인수수수료는 IPO 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다. 수수료율은 법에서 일률적으로 정해 놓은 게 아니라 발행사와 증권사가 계약으로 정한다. 대체로 공모가가 올라가면 인수수수료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를 띤다.
 
결국 현행 IPO 제도는 주관사가 의무인수를 통해 부담하는 손실 가능성은 일정 금액으로 제한되는 반면, 인수수수료는 상장 이후 주가 흐름과 별개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만일 상장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거나 향후 상장폐지가 돼 주관사가 의무인수한 주식 가치가 전액 훼손된다고 가정하더라도, IPO 과정에서 받는 인수수수료는 주금납입 이후 일정 기간 안에 지급되는 만큼 자동 반환되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현행 의무인수 제도가 공모가 고평가에 따른 위험을 주관사와 투자자가 충분히 공유하도록 꾸려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술특례 기업은 일반 상장기업보다 실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업가치와 공모가격을 산정하는 주관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을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측은 <IB토마토>에 "공모 물량의 3%를 의무 인수하는 규정은 주관사의 일정 수준의 책임을 부여하고, 동시에 주관사를 규제하는 조항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조항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주관사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코넥스 신속이전기업, 기술특례 상장 외국기업, 기술특례 비상장 외국기업들만 의무인수분 강화 제도를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예로, 일반 코넥스 신속이전기업의 의무수량은 전체 5%(상한 25억원), 의무 보유 기간은 6개월이다. 기술특례 상장 외국기업은 전체 5%(50억원), 의무보유기간은 1년이다.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국내기업보다 강화된 의무인수 기준이 적용된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다만 최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신규 상장주 대다수가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반복되는 만큼, 공모가 산정에 대한 주관사 책임을 실질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주들 입장에선 증권사들이 의무인수 금액보다 인수수수료를 크게 가져간다면, 증권사가 트랙레코드를 쌓기 위해 공모가 거품으로 기업을 상장시키고 수수료 수입을 늘린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주주는 <IB토마토>에 "기업이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아 일반 투자자가 손실을 입더라도 이미 지급된 수수료를 반환하는 게 아니라면 주관사가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할 유인이 충분한지 의문"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력·전산·법률 검토·실사 등 비용이 발생하고, 상장이 지연되거나 철회될 경우 투입한 비용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총액인수 계약을 맺은 증권사는 청약 미달 시 잔여 물량을 떠안을 위험이 있고, 상장 과정에서 부실실사나 허위 기재 등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도 부담한다. 아울러,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은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관사의 공모가 산정 실패로도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주관사 입장에서는 IPO를 성황리에 마무리하는 게 가장 우선순위"라면서 "공모가는 주관사가 선정한 밴드보다는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써낸 가격이 결정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주관사 책임으로 묻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주관사 입장에서도 적정한 공모가 산정을 통해 상장 이후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오히려 공모가를 낮춰야 평가손실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라면서 "주관사들도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우상향하길 바라지만 최근 주가 변동이 커지면서 급락이 이어지는 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혁신기술기업, 환매청구도 어려워…손실 '부담'
 
아울러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이 기술특례기업 IPO 시엔 의무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매청구권은 IPO 일반청약자가 일정 요건 아래 배정받은 공모주를 주관 증권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의무인수 제도가 주관사의 가격 산정 책임을 높이는 사전 규율이라면 환매청구권은 기업 고평가에 따른 주주 손실을 제한하는 사후 보호 장치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둔 기술특례기업 9곳의 증권신고서를 살펴본 결과, 스카이랩스 등 5곳은 일반청약자에게 환매청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예로, 공모가가 1만원인 기업이 상장한 뒤 주가가 6000원까지 하락했다면 일반청약자는 정해진 기간 내에 주관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다. 공모가를 믿고 들어온 일반투자자가 주가 하락 시 주관사에 되팔면서 공모가격을 산정한 주관사에 보다 직접적인 가격 책임을 묻는 장치다. 매도가격은 공모가격의 90%다.
 
금융당국도 지난 2023년 '기술특례 상장 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이 상장 후 2년 이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등 조기 부실화될 경우, 해당 주관사가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하는 기업에 대해 일반청약자에게 6개월간 환매청구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페널티다.
 
다만 조기 부실화가 발생한 해당 기업의 IPO에 소급해 환매청구권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후 주관하는 기술특례 IPO부터 책임을 강화하는 구조다. 따라서 별도 의무 부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기술특례기업의 경우 투자자는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환매청구권을 통한 손실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부서는 <IB토마토>에 "주관사들이 최근 자발적으로 환매청구권을 설정하면서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주가와 주관사 트랙레코드에 대한 정보를 공시를 통해 제공하는 등 특례상장 개선방안이 계속 논의되는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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