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검찰청 폐지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찰이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에 대비한 막바지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수사 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동시에 검사의 보완·재수사 요구 사건을 전담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일선 경찰서의 수사 지휘 체계도 강화합니다.
오는 10월2일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경찰의 수사 역할과 책임은 지금보다 월등히 커집니다. 먼저 중수청이 맡는 7대 중대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를 제외한 나머지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게 됩니다. 또 보완수사를 포함한 검사의 직접수사는 금지되고, 검사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경찰 등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게 됩니다.
경찰은 이에 대비해 수사 인력 확충부터 보완수사 요구 사건 관리, 법률 검토와 일선 수사관 교육까지 수사 체계 전반을 손보고 있습니다.
수사 인력 2100명 추가…2년간 4000명가량 보강
17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하반기 인사를 통해 수사 부서에 2100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입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수사 부서 인력 1907명을 확충한 것을 감안하면 약 2년 동안 4000명가량을 수사 부서에 보강하게 됩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 (사진=뉴시스)
이번 인력 보강은 우선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관을 중심으로 내부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이후 조직·정원 조정을 통한 외부 인력 추가 증원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숙련된 수사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인센티브도 확대합니다. 경위 이하 우수 수사관의 근속 승진 기간을 1년 단축하고 우수 수사 인력으로 선발된 경정은 계급 정년을 최대 4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추진합니다. 수사 부서 근무 공백이 긴 직원과 신임 수사관에 대한 사전 실무교육도 강화합니다.
경찰이 대규모 인력 보강에 나선 것은 형사사법 체계 개편 이후 일선의 수사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관 1명이 연간 처리한 사건은 평균 133.8건입니다. 올해 상반기 인력 보강으로 103건까지 줄었고, 하반기 2100명을 추가 배치하면 70~80건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경찰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건 적체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올해 8월 기준 전국 262개 경찰서에 남아 있는 3개월 이상 장기 사건은 4만6793건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6개월 이상 1년 미만 사건은 6204건, 1년 이상 사건도 667건입니다. 올해 1~7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도 7만6999건에 달했습니다.
'수사협력계' 신설…보완수사 사건 관리 강화
조직과 수사 지휘 체계도 바뀝니다. 경찰은 전국 시도경찰청의 기존 '수사심의계'를 총경급 부서인 '수사심의과'로 격상하고, 그 아래 검사의 요구 사건을 전담하는 '수사협력계'를 신설합니다.
수사협력계는 검사의 보완수사·재수사·시정조치 요구 사건을 접수하는 단계부터 이행 상황과 수사 결과까지 관리합니다. 권역이나 경찰서별 담당자를 지정해 사건 처리 상황을 살피고 수사 방향과 결과의 적정성도 검토해 일선 수사팀을 지원합니다.
일선 경찰서의 관리·감독 역할도 강화됩니다. 경찰서장은 검사 요구 사건 처리 현황을 직접 보고받아 수사를 지휘하고, 시도경찰청장이나 수사부장은 매월 사건 관리 회의를 열어 요구 사항의 누락이나 불이행 여부 등을 점검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보완수사 요구에 대한 처리 속도도 빨라집니다. 개정 형소법은 경찰의 보완수사 요구 처리 기한을 기존 3개월에서 원칙적으로 1개월로 단축했습니다. 경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해 기간을 연장할 경우 그 사유와 필요한 기간, 관련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경찰수사규칙과 범죄수사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검사와 소통 창구 마련…현장 교육도 본격화
경찰과 검사 간 협업 체계도 새로 마련합니다. 각 광역·지방공소청에는 경찰 수사팀과 검사 사이 소통을 담당하는 '외근 협력관'을 두고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협의와 조정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내부 심사도 강화합니다. 경찰은 법률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임기제 공무원인 '수사심사관'을 전국 경찰서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불입건 사건과 관리 미제 사건 등 경찰이 자체 종결한 사건을 살펴보고 주요 사건의 법리를 검토하는 역할입니다.
새 제도를 실제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교육도 진행합니다. 경찰은 개정 형소법에 맞춰 권역별 현장교육과 수사관 전수교육, 전 직원 대상 사이버교육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법 시행과 동시에 국가수사본부에 별도 비상대응팀을 설치해 기존 지침이나 해설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을 지원하는 현장 상담 체계도 가동합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동대문경찰서를 비롯한 전국 19개 관서에서 개정 형소법에 따른 수사 절차를 시범 운영했습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줄이는 대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를 확대하는 방식 등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미리 적용했습니다. 경찰은 시범운영 과정에서 검찰의 무리한 요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경찰 안팎에서는 조직과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커지는 수사 책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존 부서 인력을 수사 부서로 옮기는 방식이 다른 부서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경찰의 수사 책임 확대에 맞춰 수사 기간과 전문성, 지휘·심사 체계 등 제도적 기반도 함께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조세희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타 부서에서 인력을 빼 수사 부서에 투입하는 방식은 결국 인력을 내준 부서의 부담을 키우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수사 인력은 별도로 충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수사 경험이 부족한 인력을 단순히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찰의 수사 책임은 커지는데 충분한 수사를 위한 기간 등은 함께 보완되지 않고 있다"며 "수사 실무 경험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법령 검토나 수사 과정에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경찰청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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