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 A씨는 2021년 7월 임신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를 경제적 여력이 없었기에 그는 인터넷에서 임신중지약을 구해 복용합니다. 하지만 해당 약은 아무런 약물 성분도 없는 가짜였습니다. 결국 A씨는 집 화장실에서 홀로 출산했고, 사산할 것으로 생각했던 아이는 살아서 태어났습니다. 극심한 혼란에 빠진 A씨가 현장을 떠난 뒤 아이는 숨졌습니다. A씨는 영아유기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모든 일을 A씨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정부는 이후 7년 넘게 안전한 임신중지의 방법과 의료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여성들은 진품인지 짝퉁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약을 음성적으로 구해야 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16일 임신중지약인 미프진 도입 방안을 발표한 것은 늦었지만 그래서 중요한 진전입니다. 내년부터 임신 9주 이하라면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한 약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공식 의료체계 안에서 검증된 약을 이용할 길이 비로소 열린 것입니다.
그러나 미프진이 들여오는 것만으로 개인이 임신, 출산, 임신중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재생산권'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필요한 사람이 제때,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12주까지 처방에 따른 자가 복용이 가능하다고 권고합니다. 초기 임신중지 성공률도 95~99%에 이릅니다. 그런데 정부안은 사용 범위를 9주 이하로 제한했고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임신 사실을 늦게 알게 된 청소년이나 생리가 불규칙한 사람,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한 사람은 다시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9주 이후 적용할 의료 기준과 의료기관 연계 체계도 마련해야 합니다. 필요한 사람이 제때 정확한 정보를 얻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재생산권이 보장됩니다.
미프진 도입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필요한 사람이 지역이나 형편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A씨는 공식 의료체계가 아닌 인터넷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약을 찾게 될 것입니다. 낙태죄가 사라진 자리는 형벌과 규제가 아니라 의료와 복지, 정확한 정보와 공적 지원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신다인 공동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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