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됐습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위증 혐의 3개 가운데 2개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실형을 피하게 된 겁니다.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이 2025년 8월11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2-3부(재판장 김영현)는 22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임 전 사단장의 세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김건희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과 관련해 'VIP에게 얘기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가 알려지면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이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세 차례 허위 증언을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2023년 쌍룡훈련에 이 전 대표가 참석한 경위를 두고 자신의 명의 초청장은 포항 지역 인사에게만 발송됐다는 취지로 답했고, 이 전 대표를 알지 못한다고도 증언했습니다. 또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던 공수처가 압수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항소심은 먼저 이 전 대표와의 관계에 관한 위증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서울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다고 볼 교통·신용카드·휴대전화 기록이 없고, 두 사람 사이 문자나 카카오톡 대화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서울 술자리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는 일부 목격자 진술에 대해서도 "목격 경위, 목격 내용 및 피고인의 지목 경위 등이 다소 일관되지 못한다"며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 술자리에서 만난 사실이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쌍룡훈련 초청 관련 증언도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초청장 발송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청문회 다음 날 사실관계를 확인해 국회에 진술서를 제출한 점 등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휴대전화 비밀번호 위증은 유죄가 유지됐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압수수색 직전 20여자리 비밀번호를 설정한 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왔지만, 2025년 10월20일 새벽 2시30분쯤 '기적적으로' 비밀번호를 알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은 기억할 수 있으면서도 수사기관이 쉽게 알아내기 어려운 비밀번호를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며 "비밀번호의 배열 규칙은 비교적 명확하고 충분히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어 반복적으로 비밀번호 제공 요구를 받아온 만큼 "지속적으로 상기해 기억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국회에서의 위증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고 의정 활동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종호를 통한 구명 로비 의혹은 결국 사실로 밝혀지지는 못했다"며 비밀번호 위증이 수사에 중대한 지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임 전 사단장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에서도 수해 실종자 수색 과정의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8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