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리부트, AX 대전환)③산단 제조기업 95%가 50인 미만…AX 확산, 관건은 공급망
50인 미만 기업, 데이터·전문인력·투자 여력 부족에 AI 도입 난항
선도기업 성과 확산 위해 맞춤형 지원·원청과 협력사 연계 필요
2026-09-22 08:00:00 2026-09-22 16:22:12
[뉴스토마토 이하림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 전환(AX) 실증산단을 확대하고 있지만, 국가산단 제조업 가동 업체의 95%가량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기업은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선도기업의 실증 성과를 다수의 입주 기업으로 확산하려면 기업별 준비 수준에 맞춘 지원과 공급망 단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의 '2025년 4분기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가산단 제조업 가동 업체 4만5434개사 가운데 50인 미만 기업은 4만2996개사로 94.6%를 차지했습니다. 50~299인 기업은 2098개사로 4.6%, 300인 이상 기업은 340개사로 0.7%였습니다. 산단별로도 소규모 기업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시화국가산단은 제조업 가동 업체 1만790개사 가운데 1만599개사가 50인 미만으로 98.2%를 차지했습니다. 반월국가산단은 8895개사 중 8510개사로 95.7%, 녹산국가산단은 1233개사 중 1158개사로 93.9%였습니다.
 
소규모 제조기업의 AX 전환 여건을 가늠할 수 있는 전국 단위 조사에서도 AI 도입 수준은 낮게 나타났습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지역 제조 중소기업 DX/AX 역량 강화 방안 수립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24년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에서 제조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0.1%,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19.5%로 조사됐습니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기업도 75.5%가 기초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한편 정부는 AX 실증산단에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고 입주 기업에 AI 솔루션을 적용해 선도 사례를 확보한 뒤, 이를 산단 전체로 확산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도기업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해서 투자 여력 등이 부족한 소규모 제조기업까지 AI 도입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AI 도입 가로막는 데이터·비용·전문인력 부족
 
소규모 제조기업의 AX 전환이 어려운 배경에는 기초 데이터 인프라와 투자 여력 부족 등이 꼽힙니다. 김권식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 중소기업은 대부분 DX·AX 기술 도입에 필요한 인력과 투자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세 기업"이라며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투자 규모는 중견기업의 15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제조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 중 75.7%가 수기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으며 실시간 수집 비중은 19.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AI 도입 기업의 활용 범위도 제한적이라고 짚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AI 솔루션 실증지원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도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AI 활용은 제조공정에 집중됐다"고 말했습니다. 주로 예측·자동화·인식 기능을 활용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며, 재무·인사관리와 물류·마케팅, 사후서비스 등 제조공정 전후방 분야의 활용은 미비하다는 것입니다.
 
AI 도입에 필요한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영세기업은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인천항만공사 부사장을 지낸 최정철 인하대학교 교수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자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공모 사업에 상대적으로 참여하기 쉬운 반면, 지원이 필요한 영세기업은 참여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협력업체 단계에 따라 AX를 자체 추진할 수 있는 여건에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부지사는 "대기업 3차 벤더 이하로 내려가면 스스로 AX를 할 수 있는 기업들이 훨씬 줄어든다"며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전면 개조보다 단계적 도입…원포인트 AI 지원 필요
 
소규모 제조기업의 AX 참여를 확대하려면 공장 전체를 한꺼번에 전환하는 방식보다 기업의 실제 수요에 맞춰 필요한 기술부터 도입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 제조기업의 업종과 기업규모, 스마트제조혁신 수준 및 기존 스마트공장 구축 수준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이고 맞춤형인 AI 도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공장 전체를 일시에 전환하기보다는 현장의 구체적인 수요를 중심으로 '원포인트(One-point) AI 솔루션'을 렌탈·구독 방식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 사용료를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스마트공장 등을 확대해 초기 투자비를 줄이고 유지관리와 업데이트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개별기업 넘어 공급망으로…AX 전환 범위 넓혀야
 
개별 기업의 도입 부담을 낮추는 것과 함께 원청 기업과 협력업체를 연결하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양 부지사는 대기업과 1차 협력사의 제조공정을 연결하고, 다시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의 공정까지 연계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생산공정뿐 아니라 공정관리와 경영관리까지 함께 논의하며 전환해야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AX 흐름에 "같이 올라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 교수도 지원 단위를 개별 기업에서 산업단지와 공급망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소기업마다 AI 시스템을 따로 구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정부가 '산업 AX 공공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광역정부가 공동 데이터 기반과 생성형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산업별 앵커기업이 공정·품질·납품 데이터 표준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대학과 테크노파크, 산업단지공단이 현장 지원 인력을 공급하는 체계도 제안했습니다. 공동 플랫폼에서는 작업표준서와 설비 매뉴얼 검색, 품질보고서 작성, 불량 원인 분석, 생산계획과 수요예측 등 제조기업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최 교수는 선도기업의 AX 전환이 협력업체 전체로 자동 확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원청 기업과 벤더 사이에 데이터 표준과 정보 공유 체계가 없고, 전환 비용과 성과의 배분 원칙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 교수는 "개별 기업 중심의 지원을 넘어 광역정부가 산업단지와 공급망을 묶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사진=뉴시스)
 
이하림 기자 poetr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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