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멕시코’ 현대차그룹
정부 간 협력…북미 전동화 속도
기아·모비스 투자로 공급망 구축
2026-09-28 15:36:18 ㅣ 2026-09-28 15:41:41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북미 전동화 시장 공략의 핵심 카드로 낙점한 ‘메이드 인 멕시코’ 전략이 정부의 외교적 자양분을 얻어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멕시코의 생산비 절감 효과와 미국과 맞닿은 지리적 이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체제를 발판으로 북미 시장을 겨냥해 온 구상에 양국 정부 차원의 협력이 더해진 것입니다.
 
기아 멕시코 생산 공장. (사진=연합)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멕시코는 북미 핵심 공급망과 산업·자원 분야 협력을 전방위로 강화하는 ‘경제 및 산업·자원 협력 이니셔티브’를 체결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정부 간 경협에 앞서 멕시코를 북미 공급망의 중추로 키우는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기아는 지난 7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 공장에 2028년까지 총 6억4900만달러(약 9400억원)를 투입하는 전동화 전환 프로젝트를 공식화했습니다. 별도 공장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 라인을 개조하는 방식으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는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기아는 이번 프로젝트로 올해 직접 일자리 500개를 만들고, 2027~2030년 1500개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EV3의 초기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은 27%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페스케리아 산업단지 내 태양광 발전 단지와 폐수 재활용 시설, 공공장소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합니다.
 
호라시오 차베스 기아 멕시코법인장은 멕시코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에서 투자 계획을 밝히며 “기존 공장을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개조했다”며 “멕시코산 전기차를 처음으로 생산·판매하게 됨으로써 멕시코의 산업·기술 역량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도 누에보레온 공장을 증설해 배터리시스템어셈블리(BSA)와 섀시 모듈 등 전동화 핵심 부품 생산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기아가 완성차 생산과 전동화 전환을 맡고 모비스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북미 시장 공략의 생산기지로 멕시코가 낙점된 배경에는 우선 비용 구조가 있습니다. 미국은 인건비와 부품 조달 비용 부담이 큰 반면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낮아, 멕시코산 부품을 들여와 미국에서 조립하면 생산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시스템 같은 핵심 부품의 비중이 커, 부품 생산기지를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이 원가 경쟁력에 직결됩니다.
 
지리적 이점도 큽니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물류 거리가 짧습니다. 기아 페스케리아 공장은 2016년 가동을 시작해 연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고, 지금까지 세계 60개국에 차량을 수출해 왔습니다. 새 공장을 짓지 않고 기존 설비와 인력, 공급망을 활용해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마련돼 있는 셈입니다.
 
무역 체제도 뒷받침합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이 맺은 USMCA가 유지되고 있어 멕시코는 북미 역내 생산 거점으로서 입지를 갖췄습니다. 미국과 멕시코가 관세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은 뒤에도 협정 체제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직접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현대차 역시 이번 경협 국면의 수혜자로 꼽힙니다. 현대차는 미국 본토의 인건비와 부품 조달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국경 인근 누에보레온주의 기아·모비스 공급망을 긴밀히 공유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북미 판매량은 183만6172대로 전년보다 7.5% 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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