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소·계파 배제' 시험대…은행장, 회장과 인연 주목
2026-09-30 06:00:00 ㅣ 2026-09-30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때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에 매몰되지 말라고 주문하면서 연말 은행장 인사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은행장들과 금융지주 또는 중앙회장 간의 과거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금감원이 강조한 '능력 중심 인사' 원칙이 실제 인선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비서실장 이력·해외근무 인연·동향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 만료됩니다. 정상혁 행장을 제외한 3명은 첫 임기를 마치며 연임에 도전합니다.
 
금융지주 핵심계열사인 은행장은 차기 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꼽히는 등 그룹 경영 승계의 중요 축인 만큼, 이들 행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싸고 회장과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회장이 신한은행장을 맡던 2019년 비서실장을 지냈습니다. 이후 경영기획그룹장을 거쳐 2023년 행장에 올랐습니다. 진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이력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정 행장은 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특히 정 행장은 지난 연임 때 다른 계열사 CEO들과 달리 2년의 추가 임기를 받았습니다. 통상적인 1년 연임 관행보다 긴 임기를 부여받으면서 진 회장 체제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번에 연임에 또다시 성공하면 세 번째 임기까지 이어지는 셈입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의 연결 고리가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 행장이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할 당시 임 회장은 주영국대사관 재경관으로 근무했고, 이때부터 두 사람이 인연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 행장이 2024년 말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거론될 당시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후보군 가운데 임 회장과 상대적으로 인연이 깊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습니다. 임 회장이 런던 재경관 시절 알게 된 금융권 인사들과 오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도 런던 시절 인연을 계기로 임 회장이 영입한 인물로 꼽혔습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도 연임 시험대에 섭니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운데요.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은 금융계열사 인사에서도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습니다.
 
강 행장은 2024년 12월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로 추천될 당시부터 강호동 중앙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3월 강호동 회장 취임 이후 농협 계열사 수장이나 요직에 강 회장 측근이나 중앙회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인물들이 앉는다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강 행장도 경남 진주 출신으로 경남 합천 출신인 강 회장과 동향이라는 점에서 코드 인사 비판이 있었습니다. 
 
하나은행장 인선도 전현직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과 행장의 인연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호성 행장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마찬가지로 상고 출신으로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인물인데요. 특히 김정태 전 회장 재임 시절부터 주요 보직을 맡으며 그룹 내 입지를 넓혀왔습니다.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함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강성묵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와 함께 향후 그룹 경영 승계 구도의 주요 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이찬진(왼쪽에서 여섯번째) 금감원장이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 "능력으로 뽑아라"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이 같은 과거 인연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금융당국이 승계 과정의 '친소·계파 관계 배제'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8개 은행지주 회장과 만나 "CEO 선임 절차는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하는 절차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와 기록까지 일련의 과정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도 주문했습니다. 특히 CEO가 갖춰야 할 자격 요건과 평가 단계별 최소 검증 기간 등 기본적인 승계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금융지주는 실제 인선에 들어가기 전에 이를 보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금감원이 승계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도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전반적으로 미흡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주사의 자회사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주도하는 인선 과정에서 은행 임추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금융지주들도 은행 임추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은 올해 신한은행 임추위에 승계 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군 추천 권한을 새로 부여했고, 하나금융은 은행 임추위가 후보군 추천과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KB금융과 우리금융도 은행 추천 기구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이번 승계 절차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초 선임될 당시에는 회장과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 부각됐지만 연임을 앞둔 상황에서는 페널티로 작용할 수도 있는 문제"라며 "당국이 친소 관계와 계파 문제를 직접 거론한 만큼 은행장 인선에서 후보군 선정과 평가 과정의 객관성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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