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재정 빨대 아닌 국민 생명줄"…분노한 소방관들, 추미애에 사과 촉구
추미애·부승찬 잇단 '재정 빨대' 발언…소방관들 강력 반발
"언론 아닌 소방관에게 직접 사과하라"…경기도청 앞 규탄
순직 사고 진상규명·인력 확충 요구…지휘체계 개선 촉구
2026-10-20 17:51:36 ㅣ 2026-10-20 19:08:26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우리는 죽어서 영웅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현장이 필요합니다." (전용석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소방지부장)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는 소방관들의 목소리에는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지난 13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소방 예산을 '재정 빨대'에 빗대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19일에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소방이 지방재정을 '쭉쭉 빨아먹는다'고 발언한 데 대해 소방관들은 공분했습니다. 그사이 지난 16일 부천 도장 공장 화재 현장에서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한 것까지 더해지면서 소방관 동료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습니다.
 
20일 오후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부천 도장공장 화재를 진압하던 중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를 위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소방관 자긍심 짓밟아"…진정성 있는 사과 촉구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개최한 '고 김진석 소방위 순직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권영각 소방본부장은 "추 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망언으로 전국의 소방관들에게 깊은 자괴감을 안겨주었다"며 "추 지사는 언론을 향한 사과가 아닌 소방관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부 의원에게도 신속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앞서 추 지사는 지난 13일 경기도청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 부담을 설명하며 소방 예산을 두고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이후 김 소방위 순직 사고 현장과 영결식장 등을 찾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과를 바라시니 사과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이어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는 부 의원이 추 지사의 발언 취지를 설명하면서 "소방이 재정을 빨아먹는다'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증폭됐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부 의원을 엄중 경고하고 당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현장 소방관들은 소방 재정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려는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표현만큼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만난 한 현직 소방관은 "예산이나 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소방관들에 자괴감을 들게 할 표현을 쓴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부천 화재 사고 이후 (추 지사의) 사과하는 방식이나 대응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방노조는 부 의원의 공식 사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박진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소방지부장은 "'빨아먹는다'는 표현은 취지가 어떻든 상대에게 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라며 "공식적인 사과가 없을 경우 강력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부 의원은 결국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의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소방공무원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무리한 진입 지시 없었나"…순직 사고 진상규명 요구
 
정치권에 대한 사과 요구와 함께 김 소방위의 순직 사고를 둘러싼 진상규명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소방노조는 화재 당시 위험물 정보가 출동 대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구조 대상자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입한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방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현장의 위험성은 제대로 파악되었는가. 무리한 진입 지시는 없었는가"라며 "지휘관의 판단은 적절했으며 대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는 충분했는지 경기도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전남 완도 화재 순직 사고 이후 소방당국이 인명 구조 필요성이 없는 현장에서는 방어적 진압을 우선하도록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번 사고에서도 현장 진입 판단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권 본부장은 "이번 참사는 현장의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소방 지휘부의 문제를 짚어야 하는 사고"라며 소방청 자체 조사 대신 유가족과 노동조합,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객관적인 조사단 구성을 요구했습니다. 조사 결과 무리한 현장 지휘 등 과실이 확인된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충원해도 현장은 부족"…인력·지휘 체계 개선 촉구
 
소방관들은 추 지사 등 발언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장 인력과 지휘 체계 등 구조적인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또 다른 현직 소방관은 "인력을 많이 충원했다고 해도 소방청 등의 정책·행정 업무가 늘면서 이를 담당할 인력을 현장에서 차출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뛰는 인력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권 본부장은 "소방관이 순직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가 헌신을 기리며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그 약속이 지켜진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현장 경험이 부족한 간부가 화재 진압을 지휘하는 구조와 현장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승진제도 역시 개선해야 한다"며 "충분한 소방 예산 확보와 현장 인력 충원,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를 문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소방관들은 순직 이후의 예우보다 현장에서의 안전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권 본부장은 "우리는 동료가 죽고 나서야 계급장 하나 더 달아주는 비극을 더는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죽음 뒤의 명예가 아니라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현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앞서 소방 예산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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