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가 1명에 '36% 공석'…여당조차 "이러다 3500억달러 증발"
한·미전략투자공사, 20일 출범 후 첫 국감
보직 공석·투자 위험 검증 절차 등 도마 위
2026-10-20 16:46:32 ㅣ 2026-10-20 17:03:25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를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여야는 3500억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투자위험을 관리할 법률 전문가 부족과 핵심 보직 공석, 투자위험 검증 절차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특히 첫 투자금 24억달러(약 3조1920억원)가 송금된 뒤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열린 점과 투자사업의 수익성 검증이 미흡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습니다.
 
박종원 한·미전략투자공사 사장이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모두 '업무 수행 역량' 우려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한·미전략투자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는 공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조직 운영 실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지난 6월 출범한 한·미전략투자공사는 2000억달러(약 28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500억달러(약 210조원)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투자 이행을 맡은 기관으로, 국정감사에서 업무 수행 능력을 검증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법률 리스크 대응 역량입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공사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참여하는 미국 법률 전문가가 한 명뿐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정 의원은 "무려 3500억달러나 투자하는 이런 관계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며 "현재 이 체계나 인적 자원을 가지고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될지 정말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도 "투자라는 것은 최소한 원금을 보장받으면서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수시로 협상팀과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협상력을 높여주는 것이 공사의 역할인데 그 역할이 미진해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조직 내부의 인력 공백 역시 공사의 업무 수행 능력을 둘러싼 우려를 키웠습니다. 박종원 한·미전략투자공사 사장의 답변에 따르면 공사 정원은 50명으로 이 중 32명이 근무 중입니다. 정원의 36%가량이 채워지지 않은 셈입니다. 전략투자본부장은 임명된 지 두 달 만에 사임했고, 투자 담당 임원과 내부통제를 점검할 감사도 공석입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공사는 투자 심사와 실행, 자금 운용, 회계, 준법 감시, 정보 보호까지 해야 하는데 지금 투자를 책임질 임원도 없고 전략투자본부장도 없다"며 "내부통제를 점검할 감사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굉장히 좀 불안정해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위험관리 절차 작동도 '느림보'
 
첫 투자사업의 위험관리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공사는 첫 대미 투자 사업인 '프로젝트 스타(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 가스복합화력 발전 사업)'에 지난 1일 24억달러를 송금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에 6472㎿(메가와트)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223억달러(약 31조2000억원) 규모입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첫 투자금이 송금된 이후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가 열린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미 24억달러가 송금됐는데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는 그 뒤에 했다"며 "리스크가 관리가 굉장히 중요해서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라는 법적 근거까지 국회에서 줬는데 사업 선정 (과정에서) 안 하고 나중에 관리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습니다.
 
공사와 정부 부처 사이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사업성 검토는 산업통상부에, 최종 의사결정은 재정경제부 운영위원회에 맡기는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이 의원은 "사업 선정은 산업부에서 하고 책임 있는 결정은 재경부가 하고 투자공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보인다"며 "서로 핑퐁을 치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알래스카 LNG' 대응 능력 질타
 
투자사업의 수익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도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임 의원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주요 전력 수요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성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물었습니다.
 
박 사장은 "PPA 등 필요한 계약은 계속 추진해 나가도록 돼 있다"며 "현재 텍사스에서 형성된 전력 가격과 수요 등을 가정했을 때 합리적인 범위에 들어간다는 검토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익 구조와 위험 분담 조건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투자 판단의 근거를 둘러싼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한·미 양국이 사업 착수를 놓고 힘겨루기 중인 '프로젝트 노스(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를 두고는 공사의 대응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박 사장을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박 사장은 "아직 검토가 완료되지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강 의원은 시행사 글렌판의 재산세 감면 요청과 관련 법안의 주하원 부결 사실을 언급하며 "투자공사 사장이 이걸 기본적으로 모르면 어떻게 하느냐. 한·미전략투자공사는 태생적으로 잘못됐다"고 질타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국제협력은행(JBIC)과 민간은행의 융자를 활용해 대미 투자를 추진하는 사례를 거론하며 투자 방식의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강 의원은 "입법 개정이 필요하든 여야 위원들의 공통된 생각도 많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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