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올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벤처투자 편중과 중소기업 자금난 등 정책금융 지원체계의 문제점이 제기됐습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평가 대상인 13개 정책금융기관 중 한국무역보험공사,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벤처투자(한벤투)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자금 운용과 관리·감독을 비롯해 벤처투자 지역 편중, 모태펀드 손실관리, 정책자금 연체·브로커 개입, 기술보증 재원 부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지방 벤처투자 위축·성장자금 공백…정책자금 지역 격차
허성무 민주당 의원은 한벤투에 벤처투자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제조업 위축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벤처기업 수가 1483곳 감소했고, 특히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울산 등 지방과 제조업 분야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역 벤처투자 비중도 20% 안팎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허 의원은 제조벤처기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별도 지원체계와 투자금 회수기간의 유연한 운영을 요구했습니다.
전은수 민주당 의원은 초기 창업기업의 성장자금 공백을 지적했습니다. 액셀러레이터(AC)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약 3900곳 가운데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중이 16.5%에 그친 데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창업도약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 예산도 각각 19.6%, 16.1% 감소했다며 성장단계별 지원 강화를 요구했습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정책자금의 조기 소진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최근 3년간 중진공 정책자금의 약 70%가 상반기에 공급되면서 하반기에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지원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 의원은 하반기 예비 자금을 확보하고 사전 상담과 설명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인구 5만명 이하 59개 시군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액이 전체의 4%에 그친다는 점도 지적하며 지역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기술보증 재원 부족·중소기업 수출금융 편중 지적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기보의 금융기관 출연요율이 장기간 인상되지 않아 기술기업 지원 재원 확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출연요율을 현행 0.135%에서 0.2%로 높여 기술보증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김 의원은 "실적 없어도 기술 있는데 투자해 주는 것, 이게 생산적 금융"이라며 담보나 매출 실적보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 등 첨단산업에 대한 보증·투자 확대도 주문했습니다.
오세희 민주당 의원은 무보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무역보험 지원금액이 중견기업에 상대적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8월까지 지원받은 중소기업은 356곳, 중견기업은 31곳이었지만 해당 분야 지원금액의 57.1%는 중견기업에 배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 규모에 따른 보험료 할인과 보증한도 우대 기준을 마련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정책자금 연체·채무조정 부진…모태펀드 손실관리 허점
전은수 의원은 중진공의 정책자금 연체가 증가하는 반면 채무조정 실적은 2024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시행된 대출 만기 연장 조치가 종료되면서 원금 상환 부담이 커졌으며, 재도약·재창업자금에서도 연체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의원은 "채무조정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업종·지역·자금 종류별 부실 위험 분석과 경영위기 기업의 회생·재창업 지원을 요구했습니다.
전은수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권향엽 민주당 의원은 한벤투가 관리하는 모태펀드의 청산 완료 자펀드 352개가 투자한 기업 3541곳 가운데 1817곳이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전체의 51.3%에 해당하며, 회수금액이 0원인 기업도 168곳에 달했습니다.
권 의원은 모태펀드가 모험자본인 만큼 모든 투자에서 수익을 낼 수는 없지만, 중기부가 개별 투자기업의 손실 현황을 제때 파악하기 어려운 관리체계를 문제 삼았습니다. 운영 중인 자펀드가 1000개 이상인데도 부도·파산 등 특이사항이 펀드별로 흩어져 보고되고, 한벤투가 중기부에 제출하는 정기 보고서에도 구체적인 손실 현황이 담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권 의원은 투자기업의 부실 상황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종합관리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정책자금 브로커 개입 논란…동일 IP 신청·수수료 문제
정책자금 신청 과정의 브로커 개입 문제에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권향엽 의원은 중진공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보,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동일 인터넷주소(IP) 3101개를 통해 접수된 대출·보증 신청이 8432건, 신청 규모가 약 3조85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일 IP 신청이 모두 브로커 개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관별 점검 기준이 달라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자금 브로커가 대출금의 약 8%를 수수료로 받는 사례를 제시하며, 낮은 금리로 공급되는 정책자금이 오히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높은 자금조달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의원은 정책자금 신청 절차를 개선하고 브로커 개입을 막기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K-정책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산자중기위 국감에서는 수도권에 집중된 벤처투자와 지방 제조기업의 자금조달 격차를 해소하고, 창업기업이 성장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과제가 드러났다"며 "기업의 성장단계와 경영상황에 맞춰 자금을 공급하고, 경영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는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금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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