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상업건물 주거용 불법 임대 극성
가산동 일대 4천여개 추정..구청·소방서 관리 사각지대
주민들 "이행강제금 수익 위해 구청이 사실상 묵인"
2011-02-22 14:30:00 2011-02-22 19:27:56
[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서울 금천구 지역에서 상업용으로 지은 건물을 주거용으로 개조해 임대하는 불법행위가 만연하면서, 안전사고 등 피해가 우려되지만 단속 등 관할 구청의 대책은 헛돌고 있다.
 
특히 금천구청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이행강제금' 부과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재정보전을 위해 사실상 불법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일대 원룸과 고시텔 밀집단지에는 22일 현재 1~2명이 주거할 수 있는 4000여개의 방에 인근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 공단 취업자 등 6000명 가량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지역은 주변이 시흥 뉴타운과 각종 재개발 대상지로 묶여있고, 가리봉 일대의 슬럼화로 가산동쪽으로 수요가 몰려 전월세 등 소규모 거주지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임대사업자들은 건폐율 250%가 적용되는 주거용이 아닌 건폐율 400%가 적용되는 상업용 건물로 허가를 받아 주거용보다 훨씬 건물을 크게 지어 불법으로 주거용 방을 대량으로 만들어 임대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관할 관청인 금천구청은 꾸준히 단속을 하고 있지만 벌금보다 수익이 더 높기 때문에 불법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학수 건축관리팀장은 "가산동 일대에서 불법개조해 주거용으로 임대하다 적발돼 각 방의 싱크대 등 취사시설과 샤워시설, 화장실을 제거하는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수천만원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건물이 50여동이 넘는다"며 "하지만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임대수익이 훨씬 커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불법임대를 하고 있는 이 지역 건물주들은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줘야 주거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산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청이 단속하면 건물주들은 각 방의 취사용 싱크대와 화장실 등을 없애고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며 "법적으로 주거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사시설을 무조건 못하게 하면 휴대용 가스렌지 등을 방에서 사용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불법도 불법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입주자들의 안전 등 2차적인 피해다. 불법으로 용도변경한 건물은 실생활이 불편할 수 밖에 없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위험까지 안고 있다.
 
관할 구로소방서 관계자는 "이 지역의 불법 주거시설은 등록이 안돼 있어 실거주자 파악이 쉽지않고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과 규격보다 작은 복도, 밀집한 방 등이 소방방제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요를 고려하지 못한 자치단체의 치밀하지 못한 개발계획과 사후 관리, 건물주들의 이기주의 등으로 직장과 가까운 곳의 저렴한 주거지를 원하는 근로자들이 안전사고 등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 지역 원룸과 고시텔 입주자들은 최소한의 취사시설과 화장실도 없고, 화재시 피해보상도 어려운 불법 주거시설에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할 금천구청은 `이행강제금` 부과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금천구가 재정보전을 위해 불법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지역의 한 불법임대 건물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상복구 이행강제금 3000여만원을 부과 받았다"며 "임대용 방이 80개가 넘는 대형건물주들은 억대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는다"고 말했다.
 
금천구청은 이들 건물에 대해 올해 추가로 이행강제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건물만 50여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주는 "사실상 이행강제금 수익을 노린 금천구청의 영업행위 아니냐"며 "불법 여부를 따지기 전에 현실을 먼저 직시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들도 "지역 세수가 부족해 금천구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데도 대규모 신청사를 지어 재정이 더 힘들어진 구청이 불법사항을 시정하기보다 이를 세원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안후중 기자 hu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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