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일본에 체류중인 외국인은 물론 교민들과 일본인들이 한국을 임시거처로 선택하면서 항공·숙박업계가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방사능 공포로 엑소더스 행렬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이 임시 피난처 역할을 하면서 한국행 비행기표 구하기가 복권 당첨만큼 어렵고 주요 호텔들의 예약도 꽉 차 있는 상황이다.
도쿄에 거주하다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시즈코(여.27)씨는 "일본에 사는 것이 겁이나 안전한 한국에 잠시 머물려고 왔다"며 "주위에서도 한국행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은데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오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친척들에게 호텔을 예약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주요 호텔들도 예약이 다 차 있는 상태였다"며 "친척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머물장소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유학생으로 최근 어렵사리 귀국한 김지은(가명)씨는 "일본 유학생들과 교민들이 안전한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며 "유독 공항에서도 한국행을 기다리는 줄이 길고 수속절차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현지사정을 전했다.
이처럼 일본을 떠나 한국행 러시를 이루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지진피해로 인한 여행객 수요감소 등으로 장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던 국내 항공·숙박업계는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지만 표정관리에 몹시 신경을 쓰는 눈치다. 이웃나라의 불행에 대놓고 즐거워할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방문객들은 점차 증가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발 국내 운항편수를 늘렸고, 주요 호텔들도 방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약이 꽉 차 있다.
일본에 거주하던 교민들과 외국인 주재원 등이 안전한 피신처로 한국을 택한데다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국제 회의(conference) 장소도 한국으로 바뀔 것이란 소식도 들려온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은 객실 예약이 이미 완료된 상태다. 한 호텔 관계자는 "일본 주재 외국기업체에서 장기투숙 문의를 해오고 있고, 컨퍼런스 개최가 가능한지 문의하는 전화도 적지 않다"며 "중국 여행객의 수요도 증가해 예약이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6일부터 일본 노선에 임시편을 늘리고 있지만 현재까지 항공권은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2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편을 지난주 각각 5편, 3편씩 증편했고, 이번주에도 상황에 따라 늘릴 계획이다.
일별 평균 탑승률을 살펴보면 지난 16일 92.1%, 17일 88.8%를 기록해 평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나리타와 하네다-인천간 평균 탑승률은 88.8%의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지난주 항공편을 늘리면서 일본행 탑승률이 다소 줄었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과 교민들이 꾸준히 느는 추세여서 항공편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여행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보통 3월초까진 비수기지만 4월부턴 벚꽃놀이 등의 영향으로 일본으로 가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는데 대지진의 영향으로 여행객들이 대거 일본일정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예약이 된 일본관광 중 대부분이 취소됐다"며 "이후 새로 들어오는 예약도 거의 없어 여행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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