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현대상선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돌입
증권街 "불확실한 M&A 이슈에 주가 과열"
2011-03-25 15:52:25 2011-03-25 21:46:25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현대상선(011200)을 사이에 둔 현대그룹과 범현대가(현대중공업(009540) 등) 간의 집안싸움 2라운드가 시작됐다.
 
현대그룹과 범현대가는 25일 현대상선 사옥에서 치러진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안건을 놓고 의견차를 드러내며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시장은 이를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의 재점화로 받아들였다. 이 영향으로 현대상선 주가는 3% 넘게 뛰어올랐다.
 
이날 현대상선은 전일 대비 1000원(3.11%) 큰 폭 오른 3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거래량은 120% 넘게 불어난 400여만주를 기록했다.
 
주가는 현대상선의 주총에 현대중공업과 현대백화점(069960), KCC(002380) 등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장 중 한 때 11% 넘게 치솟기도 했다.
 
그룹 간 갈등의 불씨는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를 기존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안을 놓고 타올랐다. 현대상선이 상정한 변경안에 대해 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KCC 등 연대세력이 제동을 건 것.
 
표결 결과 변경안에 찬성하는 의견은 64.9%, 반대·기권표는 나머지 35.1%를 차지해 결국 현대상선의 정관변경안은 무산됐다.
 
찬성표가 반대표 등을 압도했지만, 참석 주식(83.5%)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될 수 있는 특별결의사항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으로 자금이 충분히 조달된 상태에서 주식가치를 희석시키는 우선주 발행에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범현대가 측 논리다. 그러나 이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현대상선이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통해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지분을 축소시키는 한편 우호지분을 늘리는 경영권 방어전략을 구사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범현대가 측에서는 현대상선의 정관변경안을 적극적으로 제지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는 곧 경영권 분쟁으로 해석돼 주가를 들썩였다는 판단이다.
 
현대상선 측은 현대중공업의 이날 의결권 행사에 대해 경영권을 노리고 제동을 건 것이라며 반발수위를 높였고, 현대상선의 지분 7.8%를 보유한 현대건설은 주총 행사에 불참, 그룹 간 분쟁에 불필요하게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무산으로 현대그룹과 범현대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자 간 지분경쟁의 불씨가 댕겨질 때마다 치솟는 주가에 대한 관심이다. 현대상선 주가는 우선주 발행 마찰이 처음으로 빚어진 지난 23일 상한가까지 차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가 변동성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내재가치)이 인수·합병(M&A) 이슈에 가려진 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실적이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이 M&A 이슈에만 쏠리는 바람에 주가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의 해운 담당 연구원은 "시장에선 마치 범현대가가 현대상선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처럼 여기지만, 이는 지난해 10월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범현대가가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현대상선이 적대적 M&A 대상이 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현대중공업 측이 현대상선에 미련이 있는 지 그 속내를 알긴 어렵지만, 스스로 관심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M&A 이슈가 더 부각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가는 펀더멘털로 움직이는 게 맞는데, 합병 이슈로 들썩인 주가가 밸류에이션 상 결코 싸지 않은 수준으로까지 올랐다는 평가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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