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범현대가는 25일 현대상선 사옥에서 치러진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안건을 놓고 의견차를 드러내며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시장은 이를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의 재점화로 받아들였다. 이 영향으로 현대상선 주가는 3% 넘게 뛰어올랐다.
이날 현대상선은 전일 대비 1000원(3.11%) 큰 폭 오른 3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거래량은 120% 넘게 불어난 400여만주를 기록했다.
그룹 간 갈등의 불씨는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를 기존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안을 놓고 타올랐다. 현대상선이 상정한 변경안에 대해 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KCC 등 연대세력이 제동을 건 것.
표결 결과 변경안에 찬성하는 의견은 64.9%, 반대·기권표는 나머지 35.1%를 차지해 결국 현대상선의 정관변경안은 무산됐다.
찬성표가 반대표 등을 압도했지만, 참석 주식(83.5%)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될 수 있는 특별결의사항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으로 자금이 충분히 조달된 상태에서 주식가치를 희석시키는 우선주 발행에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범현대가 측 논리다. 그러나 이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현대상선이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통해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지분을 축소시키는 한편 우호지분을 늘리는 경영권 방어전략을 구사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범현대가 측에서는 현대상선의 정관변경안을 적극적으로 제지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는 곧 경영권 분쟁으로 해석돼 주가를 들썩였다는 판단이다.
현대상선 측은 현대중공업의 이날 의결권 행사에 대해 경영권을 노리고 제동을 건 것이라며 반발수위를 높였고, 현대상선의 지분 7.8%를 보유한 현대건설은 주총 행사에 불참, 그룹 간 분쟁에 불필요하게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무산으로 현대그룹과 범현대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자 간 지분경쟁의 불씨가 댕겨질 때마다 치솟는 주가에 대한 관심이다. 현대상선 주가는 우선주 발행 마찰이 처음으로 빚어진 지난 23일 상한가까지 차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가 변동성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내재가치)이 인수·합병(M&A) 이슈에 가려진 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실적이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이 M&A 이슈에만 쏠리는 바람에 주가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의 해운 담당 연구원은 "시장에선 마치 범현대가가 현대상선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처럼 여기지만, 이는 지난해 10월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범현대가가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현대상선이 적대적 M&A 대상이 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현대중공업 측이 현대상선에 미련이 있는 지 그 속내를 알긴 어렵지만, 스스로 관심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M&A 이슈가 더 부각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가는 펀더멘털로 움직이는 게 맞는데, 합병 이슈로 들썩인 주가가 밸류에이션 상 결코 싸지 않은 수준으로까지 올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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