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우리기자] 최근 중견건설사들이 잇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추가로 부도위험 건설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중견건설사들의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건설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이같은 중견건설사들의 위기설은 현실화되는 모양새고, 다음달 은행권의 `신용위험평가`를 앞둔 건설사들의 몸사리기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30일 건설업계와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건설업 성장률은 3분기보다 5.3% 하락했다. 이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2월의 -5.6%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 STX건설·D건설·H사· K사 등..끊임 없는 `부도설`
워크아웃이 공식화된 몇몇 건설사 이외에도 추가로 일부 건설사들의 '부도설'이 나돌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위축된 건설업계는 더욱 더 흉흉한 분위기다.
지난 28일 오전 증권가에서 STX건설 부도설이 나오자 STX건설은 "'루머'다. 문제가 생기면 그룹차원의 지원 의지나 자금이 준비돼 있다"고 발표해 문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STX건설이 감당해야하는 이달만기 115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에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D건설은 최근 무보증 사채 600억원을 발행했고, 이 가운데 400억원을 회사채 상환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공시를 냈다. H사도 이달말 만기가 예정된 1200억원의 무보증 회사채를 갚기 위해 지난 25일 회사채 1000억원 발행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D건설과 H사도 위험한 것 아니냐는 입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H사의 경우 모기업이 H건설과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건설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업계는 모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K건설, 비교적 현금흐름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던 S건설 등도 위험수위에 다다른 회사로 지목하고 있다.
20위권내 건설사 홍보실 관계자는 "단기 유동성 문제는 어떤 기업이나 있을 수 있는데 언론과 증권가 반응이 오히려 화를 키우고 있다"고 언론 등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부가 건설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라는 '3.22 부동산대책`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줬다. "소형건설사들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는 "양도세나 취득세 등 세제혜택이 건설사에는 이익"라며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해 주택위주의 사업을 하는 소형건설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평가했다.
◇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극명..적자생존으로 가나?
이처럼 건설사들의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건설업계의 양극화가 극명해졌다. 특히 월드건설, 진흥기업, 한솔건설, LIG건설 등 중견건설사들이 줄줄이 흔들리면서 건설업계의 양극화는 보다 가속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시장 자체의 획기적 성장이 없으면 현재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시장진출, 고급기술을 독과점하는 대형건설사와 주택사업에만 치중하는 다른(중소형) 건설사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대림산업(000210)의 경우 지난 2월 신용등급이 A+에서 AA-로 한단계 상향되며 더욱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외에서 바닥난 수주물량과 자금압박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소건설사들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반면 중소건설사들은 앞길이 막막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로 주택사업을 추진해왔으나 PF에 물려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부동산 PF대출 담당자는 "건설사들에 대출 외에 다른 출구가 없어보여 문제"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신규 PF대출을 자제하고 있는데 기존 PF대출이 악화되는 추세여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2월말 현재 국내은행 부동산 PF대출연체율은 6.67%다. 1월말 4.87%에 비해 1.80%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주택사업 외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소형건설사들의 추가 도산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다음달 `신용위험평가`를 시행한다. 이달말까지 거래기업들의 지난해 기준 확정 재무제표를 제출받아 4월부터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번 평가에서는 많은 수의 건설업체들이 구조조정 판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중은행 기업신용평가 담당자는 "건설업종의 순환경기가 바닥이다. 그룹소속 대형건설사 외에는 업종의 영향을 받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적자생존의 룰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견건설업계 관계자는 "양극화를 키운 것은 정부와 금융권의 책임도 있다. 언제 적자생존 아니었던 적이 있느냐"며 "국가 기간산업으로 이 나라를 키웠던 건설업의 현실이 한없이 우울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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