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줄테니 돌아가라'..농협, 이번엔 피해고객 우롱
원칙없이 주먹구구 보상.."목소리 높으면 보상액 커지나"
2011-04-28 10:52:44 2011-04-29 09:06:57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전산 사고를 일으킨 농협이 고객들에 대한 피해배상을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더 많은 배상을 받아내겠다"며 거세게 항의하는 움직임이다. 
 
28일 농협 전산장애 피해모임에 따르면 한 고객은 지난 11일 대출을 위해 인천에 있는 농협 간석지점을 찾아 인터넷 뱅킹을 신청했으나 전산 장애로 신청 내역이 삭제됐다. 
 
22일 지점을 다시 찾은 이 고객은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라"는 말과 함께 해당 농협 부지점장이 본인 바지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1만원을 주면서 가져가라는 등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의하자 해당  농협 지점장이 50만원, 농협 부지점장이 50만원 등 총 100만원을 주기로 하면서 합의가 끝났다. 이 부지점장은 그날 저녁 이 고객 집을 찾아 민원합의서 작성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부지점장은 "농헙중앙회의 공식적인 배상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 농협 고객이 공개한 민원합의서. 농협 간석지점 지점장과 부지점은 50만원씩 총100만원을 이 고객에게 주고 '농협에 추가적으로 요구하지 않음은 물론 본 보상과 관련해 농협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이 고객은 주장했다.
 
농협은 물질적 피해배상에 대해 50만원 이하는 각 지점에서, 50만원 이상은 중앙회 심사와 승인을 거쳐 고객에게 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50만원 이하 배상에 대해 지점이 스스로 결정하면서 결국 "목소리 높은 고객이 더 받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또 고객 중 일부는 "5만원 짜리 농협상품권을 줄테니 노여움을 풀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고객은 "농협 상담원이 전화를 해  '30분과 60분 짜리 무료통화권 중 어떤 걸 받겠냐'고 했다"면서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농협은 일부 고객에게는 180분 짜리 무료통화권을 제시하기도 했다. 30분짜리 무료 통화권의 경우 1초당 1.8원의 요금으로 계산하면 3240원 정도다.
 
농협 관계자는 "콜센터를 통해 들어온 단순민원을 달래기 위해 무료통화권을 주고 있다"며 "공식적인 피해보상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정신적 피해보상에 대한 기준이 정해진 것도 없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피해배상에 대해 명확한 기준 없이 이뤄지는 경우 나중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목소리 큰 고객에게 더 많은 배상이 이뤄지고 실제 피해를 더 입었지만 조용히 있는 고객에게 3000원짜리 무료통화권으로 회유하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자기 돈이면 고객에게 50만원씩 주겠냐"며 "무책임하게 나간 비용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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