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우리기자] 건설사 줄도산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법정관리 혹은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의 내부 분위기는 흉흉하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A건설사는 모든 업무가 중단된 채 직원들이 이직하거나 이직을 준비중인 직원들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것이 일상화 됐다.
워크아웃 3년차인 B건설사는 채권은행단의 요구대로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쳐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1조원대 PF대출잔액이 여전히 힘겹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LIG건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다음으로 도산할 건설사로 K개발, K건설 등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10대 건설사 중에도 상대적으로 빚이 많은 D건설마저 위험하다는 설이 파다해 청명한 봄날씨와 다르게 건설사 안팎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
◇ 도산 건설사, 동료들 떠나고 법인카드 중단
C씨는 건설업계에서 네번째 '땡처리' 됐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만 이번이 네번째, 다시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월급이 나오고 있지만, 조만간 월급도 끊어질 거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동료들은 하나 둘씩 이직을 준비하거나 이직했다. 지금은 월급이 나오고는 있지만, 조만간 월급도 끊어질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지 않다.
법정관리 이후 법인카드 사용은 중단되고 희망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송별회 자리가 매일같이 이어진다.
한때 가족이던 이들이 모여 씁쓸한 술잔만을 기울인다.
회사가 어려워진 후 건설업계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났던 자리에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안부를 묻는 것조차 두렵기 때문이다. 모이자고 전화하기도 두렵고 전화라도 안받으면 그냥 겁이 덜컹 난다.
C씨는 회사가 쓰러질 때마다 동료를 잃는 게 가장 슬픈 일이라고 했다.
C씨의 회사는 올해 초 450여명이던 직원들을 340여명으로 구조조정한 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보통 법정관리 이후에 희망퇴직을 받는데 법정관리 전에 구조조정을 하고도 회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 C씨는 직원들이 많이 답답해한다고 했다.
애초에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스킨십이 적은 회사가 아닌데 법정관리 신청 이후 오너는 어떤 위로도 격려도 없었다.
건설경기가 좋지 않고 미분양 물량이 많으면 미분양된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싸게 팔기도 하는데 회사는 법정관리 직전에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라도 팔아보고자 했으나 법정관리행을 막을 수 없었다.
◇ 워크아웃 3년차 건설사, 구조조정 강행..출산장려금도 중단
지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B건설사는 워크아웃이후 직원들에게 지급하던 출산장려금이 없어졌다.
힘겹게 워크아웃을 통과하고 있다는 B사 홍보실 관계자는 "오너가 출산 보육정책에 관심이 많아 양육비지원비가 따로 있었는데 워크아웃을 맞아 격려금과 월 10만원의 양육비 지원부터 끊겼다"고 토로했다.
B사는 지난 3년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요구대로 임직원들의 자진 급여삭감과 사무실 축소, 구조조정 등으로 회사를 슬림화하는데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PF대출잔액은 1조원을 넘는다.
그래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다른 주채권은행의 요구를 견뎌야하는 C건설사나 D건설사보다는 사정이 낫다는 것이 B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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