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성희기자] 금감원과 모피아의 눈치만 보며 숨죽여 지내던 한국은행이 저축은행 부실 여파에 남모르게 미소 짓고 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로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한은법 개정안이 오는 6월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한은법 개정안에는 금감원이 정당한 사유없이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한은이 금감원을 배제하고 은행을 단독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한은이 금융회사에 긴급여신을 제공할 경우에도 대출자 자격으로 단독 조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금감원 출신 임직원들이 저축은행의 '낙하산' 감사로 가면서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는 비판이 일고 금감원이 앞으로 감사 영입 요청시 이를 거절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은 출신이 그 자리를 대신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한은 감독권 보장' 담은 한은법개정 통과 가능성 커져
현재까지는 금감원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어 한은은 필요한 정보를 금감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고 있다. 하지만 정보내용이 일반적으로 공개된 자료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정보의 범위나 시의성이 떨어져 문제로 지적돼온 만큼 개정안 통과시 한은의 조사권이 크게 강화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관리 문제가 대두되면서 2009년 12월 국회 기재위를 통과했으나 금감원과 기획재정부 등 소위 ‘모피아 권력’의 거센 반대로 국회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처리가 유보됐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부실 감독과 전현직 직원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한국은행에도 금감원의 독점적 권한인 금융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한은법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8일에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금감원의 무소불위 체제를 견제할 수 있도록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한은법 개정안을 처리해야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경우 6월 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은 대체로 한은에 검사권을 부여하는데는 동의하면서도 금융감독의 이원체계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 9일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감원의 금융사 감독 독점 체계를 깨는 일이 중요하지만, 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은에 검사할 권한을 주기보다는 자료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주자"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9일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부실감독이 아니라 ‘뱅크런’ 때문이었다"며 "금감원의 검사권을 타 기관에 나눠주는 방안이나 감독 권한 분리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동검사를 강화하는 것은 수용하겠지만 한은에 검사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에 반대해온 국회 정무위원회와 일부 여당의원, 금융위, 금감원의 반대로 6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것인지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금감원의 독점 조사권에 대해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일단 한국은행의 입지는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금감원 낙하산 감사' 중단되면 한은 출신이 그자리에?
또 저축은행사태로 불거진 금융감독원 출신의 '낙하산 감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지난 4일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금감원 출신 직원들을 감사로 보내지 않겠다는 내용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지난 6일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됐던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8일에는 대신증권 감사로 내정됐던 윤석남 전 금감원 회계서비스2국장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감원 출신들이 금융사 감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금지됨에 따라 감사원이나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 출신들이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개인의 능력 외에도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금감원 검사를 고려해 금감원 출신의 인사를 감사로 영입해왔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금감원 출신 감사가 있는 곳은 증권사 12곳과 보험사 8곳 등 모두 20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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