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성희기자] '정책 공조'냐 정부의 '중앙은행 포섭'이냐?
15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회동을 놓고 시장과 금융권에서는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날 박 장관과 김 총재는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공유하겠다"며 손을 잡았다. 매달 한번씩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열어 공식적이고 정기적인 만남을 갖기로 합의도 했다.
물가불안이 심해지고 대내외 요인에 따른 경제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수장이 정책적 공조를 이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기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정책방향을 바꾸는 정부가 중앙은행의 통화·금리 정책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한은을 포섭했고, 한은은 독립성을 '내팽개치고' 정부와 손을 잡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특히 정부와 한은의 이런 정례적 회동은 지난 1994~1995년 통화금융실무협의회 이후 16년만의 일이라,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두 기관의 회동으로 시장과 업계에 어떤 '개입'이 가해질지 예상하기에 바쁘다.
박 장관과 김 총재가 "대내외 경제여건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지속으로 정부와 한은의 긴밀한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지만, 우선 독립적인 통화정책 결정 기관인 한은이 정부에 휘둘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물가 급등세 지속과 가계부채 증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경제 수장이 만났다는 것은 긍정적이나, 협의회와 같은 공식적인 모임을 정례화할 경우 지금은 아닐지라도 향후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 실장은 "한국은행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정부의 뜻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한다는 비판이 계속될 경우 결국 신뢰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은은 통화금리정책의 특성상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기구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김 총재 취임 이전까지의 확고한 입장이었다. 지금도 한은 내부에는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크다.
한은과 정부가 '정책협조'를 명분으로 머리를 맞댈 경우 두 기관의 '파워'로 볼 때 한은이 정부에 끌려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재정차관의 열석발언권 허용이나 그간의 금리결정, 청와대 보고 관행 등 이미 김 총재 취임후 한은의 독립성은 많이 훼손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정서"라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정책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를 정례화, 공식화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은의 독립성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김총재는 한은의 독립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 아닌거 같다는 얘기가 일반적"이며 "이번 결정도 이같이 보여질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의 열석발언권을 계속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나 물가안정에 대한 정부의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는 점도 한은이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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