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건설하도급 대금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원도급자보다는 하도급자의 불공정행위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정부 정책이 원도급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에 대한 불공정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는 정반대여서 정책방향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건설하도급자 불공정행위 방지대책에 관한 연구'를 통해 실제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보다 하도급자가 자재공급자·장비업자·현장근로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 하도급자 불공정행위, 원도급의 2배
지난해 국토해양부와 산하기관이 공사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하도급 업체 193개사의 자재대금·장비대금 관련해 불공정 지급 건수는 무려 3091건에 달했다.
같은 실태조사에서 77개 원도급업체의 불공정행위 건수가 657건이었다. 따라서 하도급은 193개사에 3091건으로 1개사당 16개, 원도급은 77개사에 657건으로 1개사당 8개꼴로 하도급업체의 발생률이 원도급 업체의 2배다.
이와 관련해 이의섭 건산원 연구위원은 "건설하도급 대금 관련 정책은 원도급자의 불공정행위보다 하도급자의 불공정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하도급자와 장비업자간의 장비서비스 공급계약도 하도급법의 용역하도급에 포함시켜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건설업자가 장비공급자로부터 장비를 제공 받는 것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고유한 영업활동이므로 건설업자와 장비서비스 공급계약은 하도급 거래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또 장비서비스 공급계약의 명칭이 임대계약일지라도 실질적인 의미는 건설장비 조정사가 장비를 이용하여 건설공사의 일부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 "발주자 및 원도급자 직접 지급 요건 강화"
이 연구위원은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하도급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요건을 강화하고 원도급자가 임금, 자재대금, 장비대금을 직접 지급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경우 하도급자가 노무비, 자재대금 및 장비대금 지급을 충실히했는지 확인하고 모든 요건을 충족시켰을 경우에 청구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직접 지급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도적으로 원도급자에게서 하도급업자에게도 '돈이 갔는가'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현장의 시공업체나 노동자 등에게 '적절히 지급됐는가'까지 파악해야 불공정행위가 근절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산원은 현행 제도상으로는 자재업자가 자재를 건설업자에게 공급하는 제조 위탁의 경우 하도급자의 연간 매출액이 2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약 75%의 자재공급계약이 하도급법 적용이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제조위탁의 경우도 하도급법 적용범위를 연간매출액 10억원 이상으로 확대해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자재공급자와 장비대여업자의 경우 하도급자와의 계약 체결시에 하도급자가 자재대금지급보증서와 장비대금보증서를 교부하게 하고, 현장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보증서를 원도급자에게 제출하게 하면 불공정행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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