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저축은행 먹을거리로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기능에서 찾겠다는 금융당국의 계획이 사실상 '서민 쥐어짜기'에서 활로를 찾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을 살리는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는 가운데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칼은 휘두르지 못하고, 서민을 무기로 또다른 대출 통로를 열어 저축은행 살길을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 대부업체 뺨치는 고금리 대출..손도 못대는 금융당국
대부업체의 대출금리 상한선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신용대출은 연41.5%, 담보대출은 연18.6%를 기록했다. 법정금리가 지난달 21일부터 연44%로 제한이 둔 상태다.
그러나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예·적금을 받는 '수신 기능'을 갖춘 저축은행도 이에 못지않는 이율로 대출을 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가계담보대출의 경우 아파트를 기준으로 가중평균금리는 8.9~13.3% 수준, 반면 가계신용대출은 최대 44%까지 받는 곳이 부지기수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이번 저축은행 사태 이후 또다시 칼을 휘두르기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부업체보다 더 지독한 것이 저축은행"이라며 "수신 기능이 있어 자금 조달이 훨씬 쉬운데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80% 이상이 연39% 이자를 받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 서민만 '봉'?..정리는 엄두 못내고 할부금융업까지
지난 20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저축은행 경쟁력 제고 방안'을 보면 기존 가계대출에 더해 할부금융업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BIS비율 10%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 종합등급 2등급 이상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에 대해 할부금융업을 허용한 것이다.
여기에 모든 저축은행에 대해 여신전문출장소를 3개까지는 사전신고만으로 설치할 수 있게 하고, 저축은행중앙회를 중심 공동 여신전문출장소를 만들도록 했다.
결국 현재 대부업체에 비해 적은 출장소의 개수를 늘려 공격적으로 서민 대출에 나서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에 이르러 금융회사에 가계 빚 줄이기를 주문해야 하는데도 막상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대출 확대를 용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저축銀 살릴 방도 마땅찮아"..무력한 금융당국
이에 대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칼자루는 대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책이 없는 가운데 결국 만만한 '서민 대출 확대'로 방안을 찾았다는 비판이다.
이미 금융감독원 관계자 사이에서조차 "시중은행부터 농협,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 등 너도나도 서민금융기관을 표방하고 있는데 딱히 저축은행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실제로 고승범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저축은행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번에 내놓은 대책에 대해 "시장에서 큰 지각변동은 없을 것"으로 자평했다. 금융당국 스스로도 이번 방안의 실효성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 국장은 그러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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