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승현기자] 코스피가 지난 4월에 최고치를 기록한지 3개월 만에 1900선으로 대폭 후퇴 하면서 증시가 일대 패닉에 빠져들었다.
증권사들은 8월에 코스피가 다시 한 번 최고점에 이를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놨었지만 ,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몰고 온 태풍은 시장의 희망을 산산조각 내며 수개월 전 상태로 되돌려 놨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던 증권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유럽의 재정위기나 미국의 채무한도 상한 여부에 정신이 팔려 미국 시장의 경기 악화라는 핵심을 놓쳐왔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의 전망을 놓고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따른 반등을 기대해야 하는 국면이지만, 이 것으로 시장에 팽배해 있는 불안감과 공포가 사라질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비관론 vs 낙관론
시장의 의견은 대체로 두 가지로 갈라지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여전히 투매 보다는 기회에 무게를 둔다.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이 사실상 낮다는 점과, 지금의 급락은 공포심에 의한 과도한 투매하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더 이상의 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 정책적으로 부양에 나설 것 이라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안전벨트다.
그러나 당분간은 시장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진영의 의견도 만만치 않게 논리적이다. 지금 시장은 이미 신뢰를 잃어버려 어떤 정책적인 보완이 등장한다고 해도 당분간은 상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장세가 이어 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예상하지 말고, 실제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전까지 현금을 쥐고 기다려야 한다는 게 비관론 진영의 전망이다.
김학주
우리투자증권(005940) 알파운용 본부장은 “증시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지수 지지선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그동안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해서 지수 상승에 대한 희망을 가졌던 것인데 전일 투매가 나왔던 것은 그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한다면 그 돈 갖고 무엇을 할 것이냐,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냐를 판단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미리 예단해서 움직이지 말고 일단 주식을 팔아놓고 정책 추이를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 美 정책카드가 터닝포인트
증시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싫던 좋던 미국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두 손 놓고 쳐다보는 수박에 없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결정해 온 것은 항상 정책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구자용
대우증권(006800)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락하면서 미국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고, 오늘 밤에는 고용지표가 발표된다”며 “정책적 대응이 빨라질 수 있는 국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 센터장은 “정책만을 바라보고 있는 시장을 너무 냉소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어차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결정해 온 것은 정책의 힘이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정책적 결과를 예단하긴 힘드나 유럽 신용위험은 스트레스테스트 직후처럼 빠르게 악화됐고 미국의 부채한도 논쟁 이후 오바마 지지율은 임기이래 최저수준까지 급락했다”며 “국내외 금융시장의 충격강도가 근래 최고수준이란 점 등을 감안하면 경기부양 카드를 더 이상 기다릴 여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곽 연구원은 “현재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책카드가 나올 수 있는 시점이 오히려 가까워오고 있어 정책카드를 확인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토마토 안승현 기자 ahn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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