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스마트TV 시장만큼은 내주지 말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LG전자 '스마트TV 콘퍼런스'에서 밝힌 TV사업 1등을 향한 의지다.
구본준 부회장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글로벌 IT(정보기술)업계 트렌드가 스마트폰을 넘어 TV시장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걸 직감했을까.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양대산맥 애플과 구글이 최근 스마트TV 시장에서도 꿈틀대고 있다.
그간 주 활동무대였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스마트TV 시장으로 차츰 전장을 넓히고 있다.
애플은 이제 셋톱박스가 아닌 스마트TV 완제품을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이고, 구글 또한 에릭 슈미트 회장이 직접 나서 "내년 초 유럽에 구글TV 서비스를 런칭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특히 그간 미국 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제동으로 TV시장 변방에 머물던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스마트TV 시장 공략에 한층 탄력을 받게됐다는 분석이다.
모토로라는 휴대폰 업계에선 글로벌 6위지만 셋톱박스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구글·모토로라 연합 이후 구축될 스마트TV 경쟁력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치 삼성과 LG를 겨냥한 듯한 애플·구글 두 거인의 공세가 아직 가시권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맞닥뜨릴 위협이며,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보인 파죽지세를 감안할 때 그 충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차라리 기존처럼 하드웨어 대(對) 하드웨어 싸움이라면 불안감이 덜할 지 모르나, 문제는 우리 기업들에 익숙지 않은 소프트웨어 전쟁을 치러야한다는 데 있다.
그간 하드웨어가 주축이 된 TV 경쟁에서는 애플과 구글이 삼성·LG에 몇수 아래였지만, 이미 스마트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글로벌 OS 1, 2위 업체들이 스마트TV를 놓고 한판 붙고자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스마트TV 시장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환경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삼성과 LG도 지금껏 펼쳐온 TV 주도권 경쟁과는 차원이 다른 무기로 승부해야 한다.
이점을 의식한 듯 국내 TV업체들도 최근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과 LG는 차세대 TV시장 선점을 목표로 스마트TV 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체 운영 앱스토어도 보다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LG는 현재 약 500개, 300여개인 앱 수를 연말까지 1000개와 5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앱 개발 경진대회를 실시하는 등 참신한 아이디어 모집 경쟁도 치열하다.
다음달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를 앞둔 양사의 집념도 남다르다.
삼성은 출발이 좋다. 유럽소비자연맹지가 실시한 올해 상반기 결산 평가에서 스마트TV 부문 1위를 휩쓸었다.
삼성은 이 여세를 몰아 'IFA'에서도 '스마트TV는 곧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LG도 질세라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IFA 행사에 나서 LG만의 필름패턴 편광안경식(FPR)에 기반한 시네마 3D TV를 전격 지원할 예정이다.
다행히 유럽과 달리 중국에선 LG FPR 방식의 시장 점유율(M/S)이 큰 폭 늘고 있어 LG전자로서는 신흥시장을 공략할 발판이 마련된 상태다.
삼성과 LG는 이번 IFA에서 해외 경쟁업체들에게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서로에 대한 비방을 접고, 눈길을 좀 더 밖으로 돌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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