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삼성카드가 이른바 ‘상품권깡’ 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도 안 돼 또 다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글로벌 삼성'에 대한 이미지와 고객신뢰도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삼성카드는 고객유출 사고에 대한 초기 대응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사고 규모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면서 이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6월 "내부에 부정부패가 퍼져있다"며 비리척결과 쇄신을 강조한 뒤에도 잇달아 불법행위와 사고가 터져나오고 있어 조직 통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8일 “고객정보 80만건이 유출됐다는 내부직원의 자술이 담긴 확인서를 남대문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확인서에 따르면 영업직원 박모(34)씨는 당초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고객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주민번호 앞 두 자리(생년)와 직장명까지 포함한 고객정보 80만건을 유출했다.
당초 삼성카드가 밝힌 피해 규모의 무려 4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달 30일 내부감찰에서 고객관리부서 영업 담당이던 박씨가 업무용 노트북에서 1만8000명의 고객 정보를 프린트해 관련 업체에 유출했다고 박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이미 80만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것은 지난달 25일이었다. 삼성카드는 박씨가 회원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이날 확인했고, 박씨로부터 자술서를 받았다.
회사 측은 4일 후인 29일 금감원에 신고했고, 30일에 남대문경찰서에 해당 직원을 고소했다.
삼성카드가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달 6일이지만 이날도 유출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삼성카드는 8일 경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결국 80만건의 고객정보가 빠져나갔다고 자술한 내부직원의 사실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무려 2주 가까이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융당국에도 허위보고를 한 셈이다.
삼성카드가 사실을 숨기는 동안 고객정보는 불법 대부업체 등으로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피해 규모를 더욱 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고위관계자는 "초기에 박씨로부터 유출정보 건수가 80만건이라는 진술을 받았으나 확인되지 않아, 유출사실이 확인된 피해 건수만 밝힌 것"이라며 "박씨의 행위를 적발하고 신고하고 고발하는 과정에서 이를 선제적으로 밝히려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사고가 터지자 삼성카드의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건뿐 아니라 불과 5개월 전인 지난 4월에도 65억원 상품권깡 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즉시 삼성카드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삼성카드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보안체계 등에 문제가 없는지 중점적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번 특별검사를 위해 담당부서인 여신전문감독국 소속 검사역 3명과 정보기술(IT)감독국 소속 검사역 2명 등 모두 5명의 직원을 파견했다.
금감원이 최근 현대캐피탈 해킹 관련, 정태영 사장에 대해 경징계를 내리면서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어, 삼성카드에 대한 징계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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