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연기자] 1년 동안 미적대던 자투리 펀드 청산이 금융당국의 서슬 퍼런 감독 아래 착착 진행되고 있다.
15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자투리 펀드 청산은 지난 7월 금융투자협회에 제출한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소규모 펀드 청산 권고에도 1년 동안 투자자 불만을 이유로 나 몰라라 했던 운용사와 판매사들이 달라진 것이다. 자투리 펀드는 설정된 지 1년 이상 된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들을 일컫는다.
지난 7월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5월31일 기준 전체 공모추가형펀드 중 법령상 임의해지 기준에 해당하는 펀드 1386개 가운데 644개(46.5%)의 청산 계획을 발표했다.
자금이 적은 만큼 펀드 관리상 무관심을 초래할 수 있고 운용비용의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점이 청산 이유로 꼽혔다.
금투협은 애초 자투리 펀드 청산을 권고했으나 1년이 지나도 변화가 없자 각 운용사들로부터 펀드 청산 계획을 받아 연말까지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소규모 펀드를 수시공시 대상에 추가해 월에 1회, 소규모 펀드임을 투자자들에게 알리도록 했다.
연말까지 청산 계획을 이행하지 못 하더라도 패널티를 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체적 계획안을 제출토록 하고 한 달 간격으로 소규모 펀드에 대한 공시를 하게 한 것 등이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 펀드 청산에 적극적이 됐다는 평가다.
먼저 정리계획 펀드 수가 82개로 가장 많았던 한국투신운용은 지난 8월말 기준 38개의 자투리펀드를 청산했다.
8월에 52개를 정리하겠다는 당초 계획에는 못 미쳤지만 판매사가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어 이달 중 나머지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판매사와 함께 고객 고지를 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더 나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 만큼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하고 있고 10월말이 되면 상당부분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펀드공시에 따르면 지난 1986년 8월4일 설정된 설정액 9억3000억원 규모 ‘한국투자장기2호’, 1975년 6월 설정됐던 32억원 규모 ‘한국투자단기1호’ 펀드 등이 정리됐다.
올해 자투리 펀드 25개를 청산할 계획이었던 KB자산운용은 8월말 기준 16개를 정리한 상태다. KB자산운용은 오는 12월에 8개, 내년 초에 1개를 정리해 자투리 펀드 청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17개의 자투리 펀드를 연내 정리할 계획이던 삼성자산운용은 8월말 기준 13개를 청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리된 펀드들은 ‘삼성국공채투자신탁1’, ‘삼성글로벌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 등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남은 4개 펀드 역시 곧 청산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특별한 불만사항이 나오지 않았고 청산절차가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 미래에셋운용과 미래에셋맵스운용은 애초 1개, 8개 펀드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이후 현재 각각 2개, 5개의 자투리 펀드를 청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1년 전에는 이번처럼 청산 계획을 보고하거나 제출하라고 한 적이 없었다”며 “금융당국과 약속한 셈이고 소규모 펀드 수시 공시 역시 소규모 펀드라서 운용 잘 못할 수도 있으니 투자자들한테 지켜보라는 뜻이기 내포된 조치이기 때문에 적극 청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투협 관계자도 1년여를 끌어왔던 자투리 펀드 청산이 막상 뚜껑을 열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강한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자투리펀드를 임의 해지할 법적 근거는 있었는데 그동안 운용사나 판매사에서 의지가 없었다”며 “금융당국이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지금은 애초 계획안대로 100%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처음 정리하기로 했을 때 운용사가 판매사의 협의를 구해서 해지하기 무리 없을 것 같은 펀드 위주로 계획을 발표했다”며 “수익률이 크게 빠졌다거나 부실채권이 있다거나 문제가 되는 펀드들은 이번 계획안에서 빠졌기 때문에 펀드 청산하는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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