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전 세계가 또 다시 리세션(경기침체) 공포에 흔들리고 있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부진한 경기회복세 등 쏟아지는 악재에 위험자산 급락세가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세계 주가는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렸고 무하메드 엘 에리안 채권펀드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제2의 금융위기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며 "이번 주가 하락은 금융위기로 가는 전초전"이라고 강조했다.
◇ 연준의 무능함 증거(?)·경제지표 부진..리세션 가능성 '↑'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시장안정책으로 내았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시장은 오히려 이날 연준이 내놓은 경기 비관론 쪽에 무게를 두고 움직였다.
또 유럽과 중국, 미국 등의 경제지표까지 부진하게 나타난 점도 투심을 위축시켰다. 유로존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2년만에 기준점인 50선을 하향 돌파했고 중국의 HSBC 제조업 PMI는 세달 연속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증시에서도 범유럽지수인 Stoxx 유럽 600지수는 전일 대비 4.6% 떨어진 214.98에 마감됐다. 이는 지난 2009년 7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최근 5주래 가장 큰 하락폭이였다.
뉴욕의 3대지수 모두 3%대의 하락폭을 나타냈다. S&P500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00선을 지켜내며 1129.56포인트에 장을 마감했으나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500포인트나 추락하는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마이클 페로리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 글로벌 경제.. 기댈만한 곳이 없는 상황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6.3% 급락하며 지난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많이 내렸다. 중국 증시도 전일 3%가까이 하락했고 러시아 MICEX지수가 7.8%,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의 종합지수인 JCI도 9%가까이 내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과 같은 신흥국 경제의 최대 악재는 인플레이션이였는데 이제 성장률에 대한 우려라는 또 다른 폭탄까지 껴안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아시아 증시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디커플링(탈동조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지수에 이어 신흥국 증시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비관론만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롤린 아모레 이코노미스트는 "리세션을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까지 말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리세션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데 우리가 가진 시간이 얼마 없다"고 우려했다.
◇ 달러 초강세·원자재 급락..글로벌 리세션 전조?
경기 하강에 대한 비관론이 심화되며 달러는 초강세를 기록했고 미 국채에는 수요가 몰렸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71%로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30년물 금리 역시 2.78%로 장을 마치며 지난달 5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리세션을 막을 정책수단 없다는 인식이 번지며 7개월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원자재 시장도 경기둔화 우려라는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글로벌 리세션 우려로 수요 감소 예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22일(현지 시각)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6.3%(5.41%) 하락한 배럴당 80.51달러를 기록했다.
또 24개 기초 원자재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상품 지수는 4.9% 주저앉으며 지난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밀렸다. 구리 값은 7.3%나 후퇴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고 은 가격도 9% 넘게 밀렸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은 주식, 은, 유가 등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있다"며 "그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국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알렉 레빈 뉴에지 그룹 투자 전략가는 "이번 급락세는 글로벌 리세션 우려를 가격에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고 제프 히스치 스톡 트레이더는 "주요 산업 원자재인 구리 가격의 하락은 글로벌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패크릭 레그랜드 소시에떼 제네랄 연구소장은 "투자자들이 거대하고 부정적인 흐름에 맥 없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고 현 상황을 평가하며 "유럽과 미국이 리세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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