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살해당한 피해자의 혈흔이 운동화에 묻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유일한 증거이고 범행 당시 묻은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생활비를 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웃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김모씨(33 · 무직)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왼쪽 운동화 옆부분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은 피가 튀기면서 묻을 때 발생하는 원형모양의 혈흔인 점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해자의 혈흔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운동화에 묻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같은 취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에 관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장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같은 동네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박모씨(76 · 여) 에게 생활비를 빌리러 갔다가 거절당하자 격분해 둔기로 박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가 범인으로 지목된 결정적 이유는 김씨의 운동화에 박씨의 혈흔이 묻어있다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돈을 잘 갚지 않고 술을 마시면 폭력성이 있다는 좋지 않은 평판도 김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김씨에 대한 재판에서, 검사는 김씨 운동화에 묻은 박씨의 혈흔을 결정적인 유죄증거로 제출했으나, 사건 이전에도 박씨의 혈흔이 박씨의 장갑이나 냉장고에 묻어 있었던 점, 박씨의 방앗간이 외진 곳에 있어 외부 사람이 침입할 수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한 배심원들이 모두 김씨에게 무죄평결을 내렸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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