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우리나라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의 정책이 1주일 도 안 돼 뒤집혔다. 1만원 이하 카드결제 거부 허용 방침이 6일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소액결제의 (신용카드) 의무사납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걸 본격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고, 당국은 10일에도 이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13일 “정부가 특별히 검토한 바 없다”며 말을 바꿨다.
금융 수장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최근 3일간 시장은 발칵 뒤집히며 난장판이 됐다. 소비자는 물론 수수료를 부담하는 영세업자들도 강력히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상에서는 서명운동까지 펼쳐졌다.
규모가 큰 기업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아 별다른 신경을 안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한 곳도 찬성하지 않는 정책이었다.
평소 그렇게 줄기차게 강조하던 ‘면밀한 검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김 위원장의 밀어붙이기식 ‘고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불러 모아 다시 입을 열었다. ‘신중히 가야 한다. 국회와 별도로 정부 입장에서는 검토를 해서 액션을 하거나 법안을 만들거나 규제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시장의 역습에 깜짝 놀라 국회 뒤로 숨은 꼴이다. 신중하지도 않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자백한 셈이다.
금융위원장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던 걸까? 국회 뒤에 숨어서도 당국과의 관계에서는 ‘을’이라 할 수 있는 카드사에 대한 압박은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카드사 수수료와 관련 “수수료 체계에 대해서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 소셜 인프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답을 내야 한다. 자유 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 스스로 답을 제시할 때가 됐다. 확실한 답을 기대한다. 자기들이 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 스스로 답을 하라며 목을 조이는 모양새다.
권오규 전 부총리는 금융을 우리나라 경제의 ‘캐시 카우’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돈줄’을 쥔 금융당국과 수장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의 ‘입’이 중요한 이유다. 정책은 여론으로 ‘간’을 보거나 자존심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철저한 시장 및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탄생할 때 평가받을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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