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현대·기아차가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는 해외에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의 역할이 컸다.
해외 동반진출한 협력사들도 현대·기아차의 기술·경영 지원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완성차와 부품업체 동반진출이 '일석다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에는 중국 120개, 인도에 42개, 미국에 29개 등 7개국에 총 233개의 협력사(1차 기준)들이 동반진출 해 있다.
◇ 평화정공, 해외 현지법인 매출·수익 '껑충'
현대차(005380) 체코공장에서 동쪽으로 22km 떨어진 체스키테신(cesky tesin) 지역에는 평화정공의 유럽 생산법인인 '평화정공 체코공장(PHACzech)'이 자리잡고 있다.
평화정공은 지난 2008년 5월 인적도 드문 이곳에 대지 1만9100여m²(5780평), 건물 1만350여m²(3131평)의 규모의 공장을 완공해, 11월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 평화정공 체코 생산공장 전경
이 곳에서는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생산하는 i30, ix20, 투싼ix에 적용되는 도어모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이밖에 도어와 트렁크, 후드에 적용되는 래치(Latch ; 걸쇠)와 힌지(Hinge ; 경첩) 등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공장안에는 체코 현지인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 곳에는 평화정공 법인장을 포함한 4명의 주재원과 290여명의 현지인이 하루 24시간 풀가동하며 부품 납기를 맟출 정도로 최근 유럽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있다.
김찬정 평화정공 체코법인장은 "해외지역 7개 공장중 체코공장이 가장 떠오르고 있는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공장안에서 근무하는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점이다. 현지 근로자 290여명 가운데 90% 이상을 여성이 차지해 섬세한 손길로 부품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 평화정공 체코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현지 직원의 모습.
평화정공 체코법인은 매출액이 지난 2008년 36억원, 2009년 32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66.3% 급증한 53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10% 가량 증가한 584억원, 내년에는 현대차 체코공장에 신형 i30 투입으로 더욱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해외 현지법인의 실적호조로 평화정공의 매출과 수익도 함께 '껑충' 뛰었다.
지난 2001년 매출액 868억원, 영업이익 61억에 그쳤지만 9년이 지난 2010년에는 매출액 3759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으로 각각 333%, 154% 증가했다.
김찬정 평화정공 체코법인장은 "현대차의 지원하에 급성장하고 있는데 현재 수요 증가에 못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앞으로는 대한민국 자동차 부품 산업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유럽 시장을 더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법인장은 또 "현재, BMW, 벤츠, 볼보 등과의 사업을 위해 접촉 중에 있으며, 아직까지는 결과물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대차도 전수 받은 기술을 다른 업체와 거래하면서 전달하는 것을 국가적 이익으로 봐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현대·기아차 협력사 평균 매출액 9년새 2.4배 증가
현대·기아차의 협력사 동반성장 노력은 실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 2001년 733억원에 불과했던 협력사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1747억원으로 9년간 2.4배 증가했다. 또 해외 수출규모는 4.5배, 시가총액은 10.9배(138%) 급증했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 성장률이 같은 기간 80%, 현대·기아차의 성장률이 78%임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 협력사의 매출 증가율은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협력사가 현대·기아차의 성장률을 넘어선 것은 완성차업체의 성장과 함께 부품 협력사의 브랜드 파워도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다른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수출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협력업체에 대해 자금과 기술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동우 현대차 체코생산법인 구매실장은 "양산 이전에 생산설비에 대한 자금을 협력사에 지원하고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도 협력업체들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설계, 연구개발 등에 있어서 현대차의 툴을 제공하는 등 R&D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R&D의 경우 본사차원에서도 기술지원단을 통해 지원하고 있고, 해외에 진출한 협력업체들이 현지에서 애로사항이 발생할 경우 대정부 및 대관 업무도 진행해 주고 있다.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협력사들의 지난해 수출규모는 총 17조1000억원으로 2002년 3조8000억원의 4.5배에 달했다. 이 가운데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으로의 수출금액은 8조3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48.5%했고, 현대·기아차와 동반성장해 브랜드 가치가 커지면서 현대·기아차 이외의 완성차업체로도 절반 이상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현대·기아차로의 수출 10조3000억원을 포함해 총 21조1000억원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와의 동반성장 노력이 성과를 보이면서 현대·기아차와 협력사의 거래 기간도 평균 25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경영에 안정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올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전체 협력사 290개사 가운데 40년 이상 거래해온 협력사가 21개사로 전체의 7%, 30~40년 거래한 협력사가 79개사(27%), 20~30년 거래한 협력사가 107개사(37%)를 차지했다. 10~20년 거래한 협력사는 72개사(25%), 10년 미만으로 거래한 협력사는 11개사(4%)에 불과하다.
지난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 등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또 다른 기회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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