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SNS가 정책을 담아내는 창구로 진화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SNS(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사용자들과 함께 시정을 논의하고 정책화 하는 차세대 행정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박 시장은 선거에서의 승리에 그치지 않고 SNS를 정책 제안을 받는 단계로 한단계 진화된 활용을 시작한 것.
◇ 각계 각층 참여한 '희망서울 정책자문위원회'
지난 14일 출범한 '희망서울 정책자문위원회'는 '시정운영 중·장기 계획'이 발표되는 내년 1월까지 2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사람이 행복한 도시' 구현을 위한 사람과 복지 중심의 새로운 미래비전과 행정서비스를 담은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을 돕게된다.
특히 SNS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채널을 열어 시민들의 다양한 변화요구를 반영하고 기존 사업을 진단·조정하며 신규 정책과제 발굴과 구체화에 대한 자문기능을 수행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40대 젊은 위원을 축으로 30~50대에 이르는 실무 소장파들로, 정책전문가33명과 시민사회 대표 14명, 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7명 등으로 구성됐는데,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전문가 외에도 학계와 연구소, 시민사회 대표, 기업인, 법조인 등 각계 각층을 망라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SNS가 만든 박 시장의 행보..온라인 취임식
박 시장은 서울시에서 전임 오세훈 시장처럼 영상물 제작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시민과 귀빈을 초청해 치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취임식을 전격 취소했다.
대신 박 시장은 16일 오전 11시부터 40분간 시청 서소문별관 1동 7층에 있는 시장 집무실에서 혼자 취임식을 진행한다.
온라인 취임식에서 박 시장은 시장실을 소개하고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진행하고 시민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했다.
특히 시장이 취임사를 읽는 동안 온라인으로 참여한 시민들도 자신만의 취임사인 '나도 시장'을 SNS와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다.
취임식 이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민과 직접 만나는 자리까지 모든 행사는 서울시 홈페이지와 네이버, 다음, 아프리카 등에서 생중계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취임식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라며 "온라인 취임식을 통해 대관료와 초청장 발송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번 온라인 취임식을 통해 비용절감과 함께 시민들 넘어 국민 참여를 통한 관심끌기에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미 시작된 박원순의 '소통시정'
박 시장의 SNS 소통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새벽 예고도 없이 유력한 SNS인 '트위터(twitter.com)'에서 'e-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e-타운홀 미팅'은 지난 2009년 3월 미국에서, 워싱턴에 한정됐던 정치 참여 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실현한 것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약 9만3000명의 네티즌들이 참여하며 시작됐다.
이날 새벽 1시쯤 박 시장은 서울시 트위터(@seoulmania)에 "제설 아이디어를 모집한다"라는 글을 소개하며 "서울시가 이제 여러분을 정책 입안가로 모십니다"라고 트윗을 올린 후 트위터리안들의 질문과 격려, 제안에 대해 30여개의 트윗을 추가하며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한 참여자가 "보증금의 80%를 대출 받아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는데 대출이자라도 벌려고애 맡기고 맞벌이하면 소득초과로 보증금할증이나 퇴거해야 한다며 불합리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하자 박 시장은 "온 힘을 다해 공공임대주택 많이 짓겠다"고 답을 올렸다.
"서울 곳곳에 작은 도서관을 많이 늘려 달라"며 "도서관이 많으면 시민들의 지식도 많이
늘고 좋을 듯 하다"는 참여자의 제안에는 박 시장이 "좋은 생각입니다 각종 시설이나 공간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보겠다"고 트윗을 올렸다.
"박원순 시장, 이 세상이 그렇게 쉽게 용역 사라지고, 등록금 사라지고, 모순과 고통이 금방 사라지는 줄 아느냐"고 따져 묻는 거친 물음에도 박 시장은 "그렇게 체념하면 세상은 늘 그대로"라는 자신의 생각을 올렸다.
박시장의 e-타운홀 미팅은 약 1시간 동안 열린 후 "이따 출근해야 할텐데 서울 시정과 함께 건강도 챙겨달라"라는 참여자의 트윗에 "이제 자러가겠다"는 박 시장의 답변으로 끝이 났다.
◇ 시정 슬로건도 시민의 손으로 쓴다
서울시는 새로운 시정의 방향을 밝히는 서울시정 표어(슬로건, slogan)도 시민에게 물어 결정한다.
새로운 표어는 ▲시민이 주인이고 시장인 서울 ▲소통 시정 ▲소박하고 안전한, 사람을 위한 도시 ▲현장 행정 중심 도시 등 박 시장이 선거를 전후해 내걸었던 시정 철학을 담아야 한다.
오는 17일까지 시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고 1차 심사를 거쳐 15개 안팎을 골라 SNS 선호도 투표로 압축해 25일 발표된다.
수상자들에겐 시장과 온종일 동행하며 시정을 경험하는 '1일 시장 체험', 시장과 함께 '헌책방 나들이' 등 박 시장과 함께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 여론의 주류로 변신한 SNS
지난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SNS 소통이 만든 선택과 파워 트리터리안(트위터 사용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승리했다. 이 때문에 SNS를 가장 잘 알고, 잘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이는 현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 뿐아니라 민주당과 기존 정치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SNS 참여와 활용에 부랴부랴 나서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여론을 주도해왔던 언론에 비해 SNS는 어떤 의견이나 정보가 올라온 순간부터 검증이 시작되고, 반론이 제기된다. 수많은 사용자들의 검증을 거치게 되면서 사실확인과 의견조율이 이루어지고 여론이 된다. 게다가 그에 걸리는 시간은 말그대로 '순식간'이다.
◇ '소통과 상식' 없이 SNS 절대 강자는 있을 수 없어
서울시 정책을 결정하는 대표인 박 시장과 SNS를 통해 소통하는 시민들 사이에 누구도 끼어들 공간은 없어 보인다.
평범한 한 시민의 작은 의견이 소통과 공감을 통해 여론이 되고, 정책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절대 다수의 지지 속에 열리고 있는 것.
SNS에서 논의되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경청하고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이 계속 이어져 가는 동안 박 시장은 균형과 힘을 잃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을 가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SNS에서는 각종 정책에 대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의견이 올라오고 자발적 토론이 이루어지고 평가와 기대, 불만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국내에서 처음 팔로워가 100만을 돌파한 소설가 이외수씨 조차도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외면당할 수 있는, 절대강자가 없는 상식이 통하는 SNS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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