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고증없는 상상 전국확산 中
英 버킹검궁이 모델..우리 문헌고증자료 전무
서울시 한해 예산 20억여원..내년 예산도 비슷
경복궁행사 주관 문화재보호재단은 100명이상 투입
2011-11-09 14:40:37 2011-11-09 18:44:56
[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한국의 전통문화로 인식돼 수많은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있는 궁궐 수문장 교대의식이 고증자료없이 상상력에만 의존해 치르고 있어 그 존재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옛군복을 입고 환도를 찬 수문장과 병사들, 화려한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취타대의 절도 있는 교대식은 마치 예전에 그랬을 법하게 느껴지고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버킹검궁 근위병 교대식을 모델삼아 서울시 관광과 직원의 아이디어로 1996년 시작된 이 의식은 우리 전통이라는 근거가 없는 것.
 
말그대로 예전에 궁앞의 '수문장 교대의식'이 존재했는지 조차 불투명한데도 상상력만으로 행사를 만들고 인기를 끌자 문화재청도 지난 2002년 경복궁에 도입했고, 각 지방에서 앞다투어 베껴 전국 주요 지역에는 수문장 교대식이 대부분 도입됐다.
 
전라남도 강진군은 전라병영성의 수문장 교대의식을, 순천시는 낙안읍성 수문장 교대의식을 도입했고, 경상남도 진주시도 진주성 수문장 교대의식을 치르고 있다.
 
모두가 모델로 삼은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행사를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했던 한 이벤트업체 대표는 "수문장 교대의식에 관한 우리나라의 기록은 전무하다"며 "복식과 활, 화살, 환도 등 소품은 철저히 고증했지만, 대부분의 행사 재현은 예전의 모습을 상상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수문장 교대의식에 약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내년 예산에도 비슷한 수준을 반영한 상태다. 예산의 대부분은 행사를 위탁받은 이벤트 업체에서 투입인원 70여명에 대한 인건비로 사용하고 있다.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은 덕수궁보다 규모가 커 100여명의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
 
덕수궁 대한문 수문장 교대의식의 모델이된 영국 버킹검궁 근위병 교대의식은 대영제국의 상징으로 근위병들은 모두 영국의 정규군인으로, 특히 근위기병대는 영국군에서 가장 오래되고 서열이 높아 자부심이 대단하다.
 
바티칸 교황청을 1505년 부터 지키고 있는 스위스 용병들인 교황청 근위병도 교황이 위기에 처혔을 때 사령관을 포함한 147명이 죽음으로 교황을 지킨 역사를 가지고 있고, 엄격한 자격심사를 통과해야 뽑힐 수 있다.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이 겉모양만 베껴 급조된 우리 고궁 수문장 교대행사는 연출된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버킹검궁이나 교황청 행사 같은 한국의 고유한 대표적 전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관련 전문가는 "역사성과 진정성이 있어야 국가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며 "근거 없이 상상에만 의존해 재현이라는 말을 쓰는 것 조차 맞지 않는 우리 고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관광 수요를 맞추기 위해 거짓전통이 거짓말을 낳는 악순환을 하며 진실을 아는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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