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취임 1년여만에 실시한 첫 정기 인사의 요점은 한마디로 '채찍보다 당근'이었다.
구 부회장은 우선 권희원 HE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최상규 한국마케팅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소위 '장사 잘한' 사업부문의 수장들부터 치켜세웠다.
권희원 사장은 LG전자의 자존심인 텔레비전(TV) 부문 리더로서, 지난해 10월 HE사업본부장을 맡은지 1년도 안돼 필름패턴편광(FPR) 방식의 시네마 3D 스마트TV를 세계 시장에 출시하고 평판TV 시장에서 회사 이름을 세계 2위에 올려놓은 공적을 인정받았다.
또 전무 승진 1년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최상규 한국마케팅본부장은 '3D로 한판 붙자'를 비롯, 도전정신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조직문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가 이번 인사에 앞서 각 사업에서 검증된 역량과 성과를 적극 반영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 부회장은 회사 실적 부진의 단초를 제공한 MC사업본부에도 과감한 임원 교체 등 문책성 인사 대신 '앞으로 잘해보자'는 격려성 인사를 했다.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이 유임된 것이 그 예다. LG전자가 최근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에 힘입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츰 기력을 회복해가는 현 분위기를 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렇듯 '구본준 표' 인사는 위기 상황에서도 LG 특유의 '인재경영'만큼은 꽉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이영하 사장이 HA사업본부장에서 물러나고 신문범 부사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깜짝' 인사 이동도 있었지만, 이 또한 문책의 성격은 아니라는 게 LG전자측 설명이다.
이번 인사로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된 이영하 사장의 경우 앞으로 최고경영책임자(CEO) 직속으로서 중책을 맡게된 셈인데, 이를 문책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과거 MC사업본부에서 현재의 자리로 옮긴 것처럼, 이영하 사장도 그간 HA사업본부의 수장으로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해온 점을 인정받아 본사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 HA사업본부를 맡게 된 신문범 부사장은 해외에서 마케팅 사업을 활발히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세탁기·냉장고 등 기존 사업 역량을 좀 더 강화하자는 취지로 보면된다"고 덧붙였다.
LG전자가 성장시장에서 묵묵히 성과 창출에 기여한 인재를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박재유 중아지역대표와 차국환 HA사업본부 해외마케팅센터장 등이 전무로, 박홍기 중아서비스법인장, 송남조 페루법인장, 신대포 칠레법인장 등이 상무로 일제히 승진했다.
비록 선진시장 대비 주목은 덜 받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온 점이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LG전자가 인사시기를 예년보다 1~2주 가량 앞당긴 것에 대해 업계에선 회사가 임원 인사보다 조직 개편 쪽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신속한 조직 개편으로 내년도 공격적인 경영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제품 생산·품질·구매·공급망 관리(SCM)·고객서비스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제반 역할을 수행한다.
그간 국내 기업에서 COO를 만들어 운영한 사례는
삼성전자(005930)가 대표적으로, 이재용 사장이 이 역할을 직접 수행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CEO 밑에서 각 사업본부별 제품 구매, 품질과 관련된 사항들을 통합적으로 조정·관리하는 역할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며 "해외도 그렇고 국내 기업 중에도 일부 COO를 두는 경우가 있는데 LG전자도 이번에 조직 쇄신 차원에서 이를 신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사가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에 대해 "연말 조직 개편 후 세팅해야 할 부분이 많아 한달도 짧다"며 "이왕 할 거면 조기에 확정해 내년도 각 사업부문을 본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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