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에 발맞춰 신한, KB국민, 하나SK카드 등 카드사들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을 모두 갖춘 이른바 하이브리드 카드를 속속 내놓을 계획이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소비자들이 통장 잔액에 대해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 뿐 아니라, 금융당국이 가계빚을 줄이기 위해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고객을 유인할 만한 큰 혜택을 제공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실패 경험한 하이브리드 카드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하나SK 등 카드사들이 상반기 중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카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을 탑재한 카드는 예전에도 카드시장에 존재했다.
하이브리드 카드의 역사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카드가 지난 2009년 초에 선보인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을 모두 갖춘 '투인원(Two-in-One)'서비스가 국내 하이브리드 카드의 시초다.
NH카드의 즉시불 결제서비스 역시 하이브리드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서비스다. 지난 2009년 11월에 시작한 즉시불 결제서비스는 신용카드 기능에 통장잔액 범위 내에서 결제되는 체크카드 기능을 합친 형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들 카드로 쉽게 이동하지 않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현재 출시하는 카드의 50% 이상이 투인원 서비스가 탑재돼 발급되고 있지만, 이용하는 회원은 10%에 불과하다"며 "이는 홍보부족과 체크카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우리카드의 투인원 서비스나 NH카드의 즉시불결제 서비스는 모두 신용카드에 기반을 두고 있어 기존 신용카드와 같이 연회비도 내고 혜택도 동일하다.
굳이 기존 신용카드에서 하이브리드 기능을 추가하거나, 하이브리드 카드로 바꿀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직장인 이모씨는 "지갑 속에 카드도 많은데 굳이 두 기능(신용,체크)을 합친 카드를 한 한장 더 만들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혹시 기존 신용카드보다 혜택이 많다면 하이브리드카드 사용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회비 없앤다지만 '할부'기능도 빠져..
때문에 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대책에 발맞춰 앞으로 하이브리드 카드를 선보일 카드사들은 신용카드가 아닌 체크카드 기반의 하이브리드 카드를 선보여 연회비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 기반의 하이브리드 카드를 올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통장 잔액이 없는 상태에만 신용카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체크카드 기반의 하이브리드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신용카드 고객을 하이브리드 카드로 유인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신용카드 고객을 유인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체크카드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카드는 통장 잔액에 대해서는 체크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그 이상에 대해서만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어서 잔고가 있는 상태에서는 할부결제가 안된다.
따라서 할부기능이 없는 체크카드의 단점을 그대로 둔 채, 신용카드 고객을 유인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신용카드의 무이자도 혜택 중 하나인데 체크카드 기반의 하이브리드 카드에 할부기능이 없다는 것은 가장 큰 혜택 중 하나가 빠지는 셈"이라며 "현재 신용카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어떻게 체크카드 기반의 하이브리드 카드로 움직이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체크카드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강력하다보니 카드사들이 어쩔 수 없이 하이브리드 카드를 내놓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신용카드보다 혜택이 같거나 적으면 신용카드 고객이 굳이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카드는 오히려 소비자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체크카드 기반의 하이브리드카드는 기존 신용카드에 비해 혜택이 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카드의 혜택을 기존 신용카드 혜택과 동일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역마진 이상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인데 카드사들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금융당국의 방향대로 신용카드 고객을 체크카드로 유인해야하는데 연회비가 없는 하이브리드카드에 얼마나 많은 혜택을 담을 수 있을 지 내부에서도 고민 중"이라며 "카드사에서도 손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