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관님! 할머니가 뭔소린지 모르겠데요'
복지예산 눈덩이처럼 불어도 대화없으면 불신의 벽은 더 높아져
2012-02-08 18:28:02 2012-02-08 18:28:05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초부터 씨줄날줄로 정책을 엮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들어 크게 달라진 '복지'의 위상에 걸맞게 MB정부에서 추진해오던 정책을 뒤돌아보며 향후 10년을 내다 볼 정책마련에 한창이다.
 
임 장관이 연두부터 복지정책 직원들의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 격식없는 '살가운 대화'를 건의한 것도 신뢰와 창의를 기반으로 한 복지정책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복지부가 민생과 맞닿은 지방의 실무담당자까지 직접 챙기며 국민과 실제 정책간의 갭(gap), 일선 복지 담당자들의 업무쏠림 현상을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MB정부가 복지예산을 대대적으로 늘려 국민의 기대가 커졌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담당할 전문가가 달려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직원들의 솔직한 목소리다.
 
테이블 행정은 현장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상하고저를 따지지 않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자 했던 장관앞에서 목소리를 높인 한 말단 공무원은 이같은 상황을 정확하게 방증한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1동 행정직으로 복지업무를 담당한지 얼마 안되는 모씨는 하달된 복지정책에 대해 "정부 지침이 너무 많고 어려워서 도통 이해를 못해 민원인들에게 설명해주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본인도 이해하기 어려우니 "정책을 설명하는 공무원을 위해 그리고 민원인 중 이해하기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동영상을 만들어 제공하면 좋겠다"라는 것이 불만사항이다.
 
당연하면서도 기본적인 얘기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중에 복지분야가 점점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행정지원체계는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일침이다.
 
대구시 수성구의 사례를 좀더 들여다보니 사회복지예산이 이 지역 전체 예산의 55.4%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작 9%에 달하는 직원만이 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4까지 복지공무원을 7000명 더 늘리겠다는 카드를 임 장관이 내놓았지만 실행방안도 분명치 않거니와 '찾아가는 서비스'는 아직 뜬구름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래서야 정부 말대로 눈덩이 처럼 불어난 복지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겠는가.
 
작년 복지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복지정책의 주안점은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 ▲맞춤형 복지체계 완비를 통한 사각지대해소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사회적 기반 확충 ▲새로운 접근을 통한 문제해결 등이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복지는 절대 국민들에게 쉽게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직한 공무원의 질문에서 직시해야 한다. 대화가 막히면 벽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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