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캠퍼스의 낭만을 느끼기도 전에 아르바이트나 휴학을 고민할 정도다.
바로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이 원인이다. 학자금 대출로 인해 대학생들은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빚쟁이가 되고 있다.
학기 중 학업과 취업 준비에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생활비와 등록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학점에 소홀해져 취업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학생들의 수난시대다.
◇비싼 등록금에 학자금 대출은 필수
대학에 들어가기 전 40%의 신입생이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하며, 평균 1353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문화기업 강강술래에 따르면 10명중 4명이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해 신입생들 상당수가 빚을 지고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생 690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63.6%가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었으며 평균 1353만원의 빚이 있었다.
상환할 돈을 마련하지 못해 연체한 경험이 55.4%에 달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각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344개 대학 중 337개 대학이 등록금을 4.2% 인하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물가상승률 4%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등록금 부담 경감률은 23.1%라고 설명하지만 학생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 모(22세)군은 "정부가 등록금을 인하했다며 생색내고 있지만 이미 등록금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4%대 인하로는 대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생계형 알바 증가..등골 휘는 대학생
최근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운 가운데 그나마 일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수입이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알바천국이 27세 이하 전국 대학생 아르바이트 구직자 18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대학생들이 벌어들인 아르바이트 한달 평균수입은 56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61만1000원, 2010년 58만2000원에 이어 3년 연속 줄었다.
아울러 인크루트가 대학생 5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42.7%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 평균 4일을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높은 물가와 살인적인 등록금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내몰린 대학생들의 상당수가 스스로를 생계형 알바생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휴학생인 은 모(24세) 양은 "대출 이자는 늘어만 가는데 이를 갚지 못해 결국 잠시 휴학하고 아르바이트에 집중하고 있다"며 "가족들을 생각하면 괜히 대학에 온 것인가하는 후회도 된다"라고 토로했다.
◇고물가·높은 등록금에 달라지는 생활상
이처럼 대학생들이 빚을 안고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는데다 고물가에 시달리며 이들의 생활상도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구내식당 식사비(5.4%)와 삼겹살 외식비(14.9%)·교통비(7.0%) 등 대학생들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높아 물가 부담을 체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올해 외식비(25.4%)를 줄이겠다는 대학생이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품위유지비(22.8%)·유흥비(21.7%)·문화생활비(10.8%)·교통비(7.6%)·학습비(6.1%) 등의 순이었다.
아울러 팍팍한 캠퍼스 생활로 인해 대학생들의 음주량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음주문화센터의 '대학생 음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술을 6회 이상 마신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2001년 47.9%에서 2009년 28.2%로 급감했다. 반면 '5번 이하로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52.1%에서 71.8%로 증가했다.
재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고 모(28세) 씨는 "하루 5시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면 그 돈이 고스란히 날아간다"라며 "때문에 친구들도 잘 안만나게 된다"라고 말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대학생들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가운데 취업 걱정에 잠 못들고 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보니 학점을 관리하기 어려워 취업에도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오는 2015년에 청년 실업난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대학 졸업자 수는 50만2000명으로 57세 기준 정년 퇴직자 54만1000명을 밑돌아, 청년층 일자리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술 진보로 등으로 인해 일자리 수요 자체가 줄거나 정년 퇴직자가 급증해 청년층과 일자리 경쟁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학생의 인생을 고달프게하는 원천인 천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정부의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형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에서는 공적 장학금을 확충하고 학자금 대출의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금융권도 대학생 학자금 마련 저축과 다양한 만기와 상환방식의 대출상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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