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판사 "국민의 사법부가 되어야"
법원노조와 시민들 참여속에 퇴임식 가져
2012-02-17 17:45:57 2012-02-17 18:20:57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법원을 떠나게 된 서기호 판사(42)가 법관 재임용 심사제도를 비판하면서 사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SNS 등을 통해 '가카빅엿'등의 내용을 게시해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개념판사'라는 호칭을 받기도 한 서 판사는 17일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노조 주최로 열린 '국민과 소통한 사법부의 양심 서기호 퇴임식'에 참석했다.
 
이날 서 판사의 퇴임식에는 서 판사를 지지하는 법원직원들과 시민 50여명이 참석해 서 판사가 법원을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서 판사는 고별사에서 자신에 대한 법관 재임용 탈락 결정은 부당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서 판사는 "이번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고 심사과정에서 느꼈던 것은 형식적 법치주의가 위험하다는 것"이라면서 "겉으로 보면 나름 구색을 갖춰 재임용 탈락 결과를 통보하고 법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순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고 말했다.
 
서 판사는 "근무평정이 비공개이기 때문에 이의 제기도 되지 않고 평가방식 역시 상향식 평가가 아니라 법원장의 평가가 정당한지, 재임용탈락 결정이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결정인지 의문"이라면서 "그래서 많은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열어 근무평정과 재임용 심사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이어 "일반기업의 회사원조차도 근무평정 과정에서 이의 제기 기회가 보장되면서 상향식 평가가 이뤄지는데 가장 투명하고 공정해야할 법원이 근무평정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며 "이것은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다. 형식적 법치주의의 폐해"라고 소리높였다.
 
서 판사는 또 이날 있었던 자신의 퇴임식을 법원이 조직적으로 가로막았다면서 사법부와 사법부 수뇌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서 판사는 "오늘 행사는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내가 재판을 불성실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직원들이 진심어린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라면서 "그래서 이 행사야말로 정말 중요한 행사라고 생각했고 공식적인 퇴임식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이어 "어제 법원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그래도 공식적인 퇴임식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해 이를 받아들였는데, 직원들이 준비해준 행사에 일반직원들은 참석을 자제하고 공식적인 퇴임식에 참석하라는 말이 들려왔다"면서 "이 법원은 담장을 허물어 일반 국민들이 공원처럼 이용하고 있을만큼 개방적인 곳인데 행사를 법원청사 옆에서 열리는 것도 불허했다"고 말했다.
 
서 판사는 이를 두고 "법원장이나 대법원장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기 때문에 행사를 가로막은 것"이라면서 "법원은 법원장이나 대법원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과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판사는 이날 오후 3시 30분 북부지법 소회의실에서 법원이 주최한 퇴임식에는 법원이 조직적으로 직원들이 만들어준 퇴임식을 방해했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서 판사는 또 자신의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다면서 사법부에 대한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나는 절대로 쫒겨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재임용탈락이 정당했을 경우의 얘기"라면서 "법적대응을 통해 법원내부의 관료적인 모습, 근무평정의 비합리성과 불합리성에 대해 사회각계각층의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 판사는 끝으로 "소수 엘리트 법관들의 전유물인 법원이 아니라 국민전체의 사법부가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면서 "국민의 마음을 진정으로 어루만지면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의한, 국민의 사법부가 되어야한다. 그러한 날이 올 때까지 많은 분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서 판사와 함께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단체인 '국민의 눈'이 서 판사에게 '국민 법복'을 증정하는 행사도 함께 열렸다.
 
국민의 눈에 참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이상갑 변호사는 "법관 재임용 기준이 모호하고 투명한 절차 또한 제공되지 않았으며 심사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대법원장이 법관의 독립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노력했어야 했는데 서 판사와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 판사의 재임용탈락으로 인한 후폭풍은 판사회의를 통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서부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을 시작으로, 4시30분에는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회의가 열리는 등 이날 하루에만 3개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렸다.
 
판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법관근무평정과 연임심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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