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경찰이 이른바 '네티즌 기소청탁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재호 판사를 15일자로 소환한 가운데 김 판사의 출석을 기점으로 이번 사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현재 이 사안은 김 판사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박은정 검사와 박 검사로부터 사건을 이어 받은 최영운 검사, 김재호 판사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경찰이 조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태다.
박 검사는 김 판사로부터 전화를 통한 기소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반면, 김 판사는 '전화는 했지만 청탁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최 검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 의원측으로부터 청탁을 받지 않았다'면서도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 검사에게는 추가 진술을, 김 판사에게는 출석을 요구했으며 최 검사에게도 당시 사항에 대한 진술서를 오는 13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박 검사 진술서 공개
이런 가운데 한 주간지를 통해 박 검사의 진술서가 공개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간동아'가 최근 입수했다며 공개한 박 검사의 진술서에 따르면, 박 검사는 2005년 2월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 공판검사로 근무하던 중 당시 재판장이었던 김 판사를 처음 알게 됐다.
이후 박 검사는 2006년 1월17일, 나경원 의원이 자신에 대한 친일파 재판 관련 허위사실을 유도했다는 내용으로 한 네티즌을 고소한 사건을 배당받았고, 며칠 후 김 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시 김 판사는 전화를 통해 "나경원 의원이 고소한 사건이 있는데, 노사모 회원인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사건을 빨리 기소해달라. 기소만 해주면 내가 여기서…"라고 말한 것으로 박 검사는 진술했다.
◇김 판사, "노사모 회원인 것 같다. 기소해주면 여기서..."
이에 따르면, 김 판사는 박 검사에게 전화한 것은 물론 기소를 청탁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수사는 네티즌의 사정으로 소환일정이 미뤄지고, 박 검사가 출산휴가를 가면서 후임인 최 검사에게로 넘어갔지만 김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은 계속 남게 된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 검사는 ‘후임검사님에게 포스트잇으로 사건기록 앞표지에 김재호 판사님의 부탁내용을 적어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 판사께도 후임검사에게 내용을 전달했다’고 진술해 최 검사도 해당 사건에 대해 김 판사가 개입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이에 따라 경찰이 13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최 검사의 진술서에는 박 검사의 진술이 맞는지 여부와 사건을 배당 받은 뒤 김 판사로부터 추가로 전화를 받았는지 등이 중점적으로 진술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5일 김 판사에 대한 소환 조사에서는 박 검사와 최 검사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 판사에게 기소 청탁을 했는지 여부를 집중 확인 할 것으로 보이며, 김 판사가 이를 모두 부인할 경우엔 경찰은 박 검사와 최 검사, 김 판사를 직접 불러 3자 대질 조사를 벌일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1심 판사 "전화·청탁 없었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 의원이 고소한 네티즌 김 모씨를 1심에서 재판한 김정중 판사(현 대법원 재판연구관)는, 재판 전 김 판사나 나 의원 측으로부터 재판과 관련된 전화나 청탁을 받았는지에 대해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에 대한 비방혐의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로 기소된 김 모씨는 1심에서 유죄와 함께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가 항소했으나 기각, 대법원에서 원심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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