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도 외면하는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 '보금자리'
수원 호매실 미분양률 무려 71%
2012-04-12 11:33:31 2012-04-12 17:59:10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보금자리주택이 실수요자에게도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 분양을 마친 수원 호매실지구의 미분양률은 무려 7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집없는 서민에게 저렴하게 내 집마련의 꿈을 이뤄준다는 명목 아래 주택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강행했지만 무주택자마저도 보금자리주택을 외면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보금자리주택이 미분양을 쏟아내는 이유로는 시장과 지역적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전매제한과 의무거주기간이 첫 손에 꼽힌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5일과 6일 수원 호매실 보금자리주택 공공분양(A-6, B-1블록)에 대한 모집신청을 받았다. 총 모집 가구수는 1580가구에 달했지만 신청건수는 474가구에 불과했다.
 
44가구를 모집한 B-1블록 74A가 22가구 초과 마감됐을 뿐 무려 1128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분양률은 29%, 16개 타입 중 15개 타입이 미분양난 것이다.
 
당초 호매실지구는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왔을 때 분양가와 교통 환경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 실수요자를 대거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공급가격은 59㎡형은 1억8000만~2억원, 74㎡형은 2억1200만~2억3600만원, 84㎡형은 2억4100만~2억6800만원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또 교통은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가 사업지구 남북을 관통하며 사업지구 서측으로 호매실 I.C가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지구 주변으로는 남측 국도43호선, 동측 국도42호선·서부우회도로가 자리잡고 있고 향후 신분당선 연장선이 호매실지구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호매실지구는 전매제한과 의무거주기간에 발목이 잡혔다. 호매실지구는 그린밸트를 풀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이기 때문에 7년 동안 전매가 금지돼 있으며 5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용인 동천태양공인 박찬식 대표는 “수원 변두리에 7년동안 집도 못 팔고 5년은 의무적으로 살아야하는데 누가 분양을 받겠냐”며 “더 좋은 곳을 찾기 힘든 강남이나 되면 모를까 지역적 특성도 감안하지 않고 의무거주기간을 산입해 실패를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또 인근 다른 중개업소는 “인근에 최근 분양 단지가 없어 비교는 힘들지만 요즘 나오는 아파트치고 분양가가 저렴한건 사실이지만 인근 단지와 비교하면 가격 메리트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호매실지구 바로 앞 금곡동 LG빌리지(1998년 입주) 전용 84㎡의 매매가는 2억3000만원~2억6000만원 선이다.
 
같은 이유로 범강남권(강남3구, 송파, 강동, 과천)에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을 제외한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분양했던 보금자리주택 가운데 오산세교가 1023가구 모집에 566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으며, 인천서창2지구(566가구 중 349가구), 의정부민락2(842가구 중 496가구), 고양원흥(3183가구 중 546가구 미분양) 등이 미분양으로 남거나 무순위로 유주택자에게 공급됐다.
 
나사렛대학교 남영우 교수는 "지역적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규제, 전세급등기 분양 집중 등 보금자리주택의 문제점은 이미 많이 노출됐다"면서 "무주택자들도 외면한다는 것은 이미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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