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김태영 신용 부문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농협이 정작 해외투자에서 거액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10일 열린 농협 국정감사에서 해외 외화유가증권과 신용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지난해와 올해 현재까지 모두 195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해 외화유가증권과 신용파생상품에서 각각 457억원, 318억원 등 모두 77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각 부문에서 891억원, 290억원 등 1181억원의 손해를 봤다.
특히 농협은 지난달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서 줄줄이 무너진 투자은행에 투자를 감행하는 등 해외투자 능력에서 의구심을 사고 있다.
농협은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된 메릴린치에 2000만달러를 투자해 51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이번 금융위기에 따라 상업은행으로 전환한 골드만삭스에 4000만달러를 투자해 86억원을 날렸다.
이와 함께 협상 막판에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영국계 HSBC은행에도 역시 4000만달러를 투자해 114억원의 손해를 보는 등 해외투자에서 줄줄이 낭패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협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010억7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19억보다 40% 가량 감소했지만 600억원 규모의 특별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등 '배불리기'에만 열을 올렸다.
이 뿐만 아니라 농협은 지난 7월 남경우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올해 8월 지역농협 직원이 친구의 부탁을 받고 개인 금융거래정보를 빼돌리는 등 도덕적해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해외투자 손실은 2007년 7월 이전에 투자한 것이 부실화된 데 따른 손실"이라며 "농협이라는 조직의 특성 상 손실 책임이 부각되는 것이지 전 세계 금융기관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농협 직원의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면서도 "자구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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