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플랫폼과 콘텐츠로 대별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두 사업자 관계의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갑’의 위치에 서 있던 플랫폼사업자가 경쟁력 있는 방송콘텐츠를 앞세운 콘텐츠 사업자에 밀리는 상황이 종종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CJ E&M “채널 전부 꽂지 않으면 철수할 것”
씨앤앰은 CJ E&M과 채널협상을 벌이다 지난달 23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분쟁조정 신청까지 넣었다.
현재 송출되는 채널에 더해 몇몇 채널을 추가로 넣어달라는 CJ E&M의 요구에 씨앤앰이 난색을 표하자 CJ E&M이 기존 채널들까지 모두 빼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CJ E&M이 이처럼 ‘all or nothing’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10여 년간 방송콘텐츠에 투자해온 성과가 근래 2~3년 사이 프로그램 시청률과 인지도로 나타나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들은 방통위에 ‘분쟁조정을 받지 않고 양사가 협의해 처리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업계는 씨앤앰과 CJ E&M 사이에서 불거진 이번 갈등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채널협상 과정에서 분쟁은 종종 있어 왔지만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먼저 PP(프로그램제공사업자)의 ‘횡포’를 지적하며 방통위에 조정신청을 넣은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덩치를 키운 CJ가 지상파방송사에 이어 방송계 권력으로 부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상파계열PP ‘협의체’ 만들어 채널협상 나서
KBS, MBC, SBS 지상파계열PP도 3사가 ‘협의체’를 구성, 한몸이 돼 채널협상에 나서면서 플랫폼사업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SO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협의체를 만들어 대응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종편 출범과 맞물려 아름방송 권역의 지상파계열PP 채널번호가 변경되자, PP측이 SO측에 전체 지상파계열PP 송출을 중단하겠다면서 크게 반발한 일도 있다.
당시 아름방송이 사전 고지나 협의 없이 편성권을 휘둘러 문제가 커졌지만, 지상파계열PP의 ‘단합된 한목소리’도 업계 관행에 견줘 SO와 PP의 달라진 위상을 방증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문제는 콘텐츠사업자의 부상이 자본력 있는 일부에 국한돼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단위 유료방송 플랫폼 관계자는 “채널협상과정에서 지상파와 MPP 등 이른바 거대PP가 뻣뻣하게 나와 힘들었다”며 “협상을 끌다보면 다른 군소PP가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는 게 수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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