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개인 투자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003600) 그룹 회장 형제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측 증인이 최 회장 형제에 대한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진술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의 심리로 15일 열린 최 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최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SK그룹 재무팀장 박모씨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박씨는 그룹의 자금관리 및 대출관련업무, 최 회장의 자산을 맡았던 핵심 증인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측이 증거물로 제시한 외장하드 내 SK내부 보고서인 'T명폴더'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폴더는 검찰이 지난해 11월 SK그룹 재무팀 소속 손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컴퓨터 외장하드 파일에서 나온 것으로, SK의 차입금 현황 및 향후 방안과 과다 성과급(IB) 지급 검토안, 운영자금 확보방안, 저축은행 차입 내역 등이 들어있다.
검찰이 이날 공판에서 제출한 'T명폴더'에서는 대출자금의 예상 흐름도를 적어 놓은 '예상시나리오'라는 제목의 문서가 공개됐다. 여기에는 T(최태원)→J(최재원)→W(선물투자 담당한 김원홍)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이 적혀져 있으며, 검찰은 이 자료를 근거로 최 회장이 보증 및 담보제공을 통해 차명으로 자금을 차입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이 문서가 최 회장이 직접 SK계열사 자금을 유용, 저축은행 대출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폴더 내의 T가 최태원의 T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 "맞다. 최 회장과 관련된 폴더 내 문서들이다"라고 수긍했다.
박씨는 그러나 "이 예상시나리오 문서의 실질적 투자주체는 최재원 부회장"이라며 "당시 최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저축은행 대출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해 검찰의 주장과는 다른 진술을 했다.
그는 "당시 최 부회장도 저축은행 차입대출과 관련해 투자했기 때문에 대출받은 돈을 최 부회장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익이 생기면 최 부회장이 최 회장에게 차입금을 갚았기 때문에 실질적 투자주체는 최 부회장"이라며 최 회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박씨는 이어 "게다가 이 문서는 검토만 했을 뿐, 보고하거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며 "실제로 진행되지 않은 문서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 최 회장은 물론 최 부회장과의 관련성 마저도 부인했다.
박씨가 검찰에 반대되는 진술을 하자 SK 변호인측은 "이 문서는 2008년 12월에 작성됐다"며 "베넥스펀드 결성 후 작성된 것이라 계열사의 선지급과는 관련이 없는 문서"라고 쐐기를 박았다.
검찰은 그러나 "이미 수정을 걸쳐 시점이 늦어진 것일 뿐 작성된 것은 베넥스펀드 결성 전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최 부회장이 지병인 류머티스 관절염 악화로 목발을 짚고 피고인석에서 재판과정을 지켜봤다. 최 회장은 이런 동생의 모습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최 회장 형제에 대한 공판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에서 열리며, 박씨에 대한 변호인측의 반대심문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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