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24일 귀국한다. 당초 일정을 한 주 정도 앞당겼다. 장기간의 유럽 출장에 따른 여독이 부담이 됐다. 또 내달 1일 열리는 호암상 시상식도 귀국을 서두른 이유다.
이 회장은 스페인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을 둘러본 뒤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경제를 강타한 진원지의 위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삼성이 위기를 헤쳐나갈 타개책 마련에 고민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일단 관측은 이 회장 특유의 위기의식이 재연될 것이란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그간 고비마다 '위기'를 강조해왔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역설한 '신경영 선언'(“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서도 관성과 타성에 젖어있는 내무 문화를 강하게 질타했다.(“고칠 게 많다. 회의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떠들게 한다”)
위기에 대한 진단은 해법 제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혁신, 디자인, 글로벌 등 적절한 시기마다 ‘길’을 내놓았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한때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가전업체들의 몰락은 삼성에게 타산지석의 대상이다. 삼성 역시 실적만 내세우다 주저앉는 공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언급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최근 잇달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수장들과 회동하며 전장(반도체 등 자동차용 전자제품) 진출에 공을 들이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후계자에게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반도체, 휴대폰에 이어 또 다른 먹거리 발굴을 지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산업계 전반의 지각 변동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자금력을 연구개발, 시설투자 등에 쏟아 부을 경우 관련 산업의 급성장도 점쳐진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귀국하면 가속화하는 유럽 위기 대응 방안과 자동차용 전자부품 분야의 경쟁력 강화 등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애플 대응 방침을 최종 정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회장은 20일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사장) 등 책임자들을 대동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마주 앉았다. 특허분쟁에 대한 협의 차원으로, IT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세기의 담판이라 불렀다.
한편 유럽 출장의 또 다른 이유였던 유산분쟁에 대해서는 입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격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국민정서를 자극, 사과까지 한 마당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대신 소송은 전담 변호인단에게 일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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