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필요악인가)②공매도 규정, 작전 앞에선 '유명무실'
2012-05-29 09:00:00 2012-05-29 17:51:10
[뉴스토마토 강은혜기자] 공매도가 작전세력에 의해 악용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지난 2002년 공매도가 활성화 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당국이 직접 감시감독한 사례가 2008년 단 한번에 그친데다 그 제재 수위도 낮아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차거래 잔고 상위종목에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LG전자(066570), OCI(010060) 등 국내 대표 상장사들이 포진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국의 안일한 대응은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공매도 감시감독 10년째 '뒷짐'
 
국내 주식시장에 공매도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1969년이지만 현재와 같이 공매도가 활성화된 것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차거래가 허용된 2002년 이후다.
 
외국인 투자자 주식 대차거래는 지난 2002년 3월 시작됐다. 도입 첫해 1조9000억원에 불과했던 대차거래 잔고규모는 10년 후인 올해 39조600억원까지 증가했다.
 
대차거래가 증가하면 공매도거래도 비례해서 늘어난다. 금융당국의 현행법규 상 국내시장에서 공매도거래를 하려면 먼저 주식을 빌려야하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만에 공매도 규모도 2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008년부터 한국예탁결제원 등 전체 주식대차거래 내역을 합산해 일별 현황을 공시하고,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거래내역을 공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금융당국의 감시감독 기능은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 공매도의 경우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려면 빌렸을 당시 주식의 가치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 거래란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심각하다.
 
실제 금융당국이 지난 10년 동안 공매도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08년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당시 금감원은 공매도 주문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공매도 주문수탁 적정성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현행 규정 상 금지하고 있는 '공매도 호가의 가격제한'을 위반한 것은 전체 시장 전체 공매도 규모 27조2000억원의 51% 수준인 13조8000억원에 달했다.
 
거래금액의 절반 이상이 법규를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금융당국은 간단한 주의·경고조치에 그쳤다. 과태료 제재도 없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공매도에 대한 이상거래를 심리하는 것은 한국거래소의 업무로 당국의 소관이 아니"라며 "지난 2010년 비공식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불공정거래 적발시 무기징역? "유명무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에서 최대 무기징역 및 부당이익금액·손실회피액의 3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빌린 주식을 싼 값에 되갚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를 철저히 적발하고 처벌한다면 작전세력에 충분한 '경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셀트리온(068270)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공매도 세력의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소문이나 주장만 무성할 뿐 당국이 직접 나서 조사나 적발을 한 사례는 없다.
 
<자료: 금융감독원>
 
불공정거래 적발이 어렵다면 반드시 차입한 주식만 공매도하도록 한 규정이나 공매도 호가의 가격제한에 대한 규정(Up-tick rule), 공매도 확인 및 호가 명시 의무화 등에 법규에 관한 감시라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처벌 수위가 낮아 사실상 공매도로 인한 시장교란 등의 부작용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공매도 규정 위반 시 부과되는 과태료는 5000만원에 그친다. 그나마 이조차도 현재까지 부과된 적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당 이득 금액에 따라 적정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거래 기관에 대해서도 일정 횟수 이상 위반 시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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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과징금 과태료들이 법규와 현실사이에 괴리가 있다"며 "불공정거래 등 시세조정을 할 경우 큰 부당이익을 취했지만 과징금은 한도가 정해져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량 공매도 보고제도' 시행..효과는 미지수
 
금융당국은 투자자가 일정수준 이상의 공매도 상태에 있을 때는 감독 당국과 거래소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도록 하는 대량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를 이르면 올 3분기 안에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한 기업의 주식 5%이상을 보유할 경우 이를 금융감독원을 통해 신고하도록 하는 5%룰과 유사한 개념이다.
 
제도 자체만 두고보면 투자자에게 해당기업이 외국인 공매도에 노출된 정도를 알 수 있도록 해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과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유보적인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매도가 많은 종목에 대해서는 공시를 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한 제도지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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