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삼성가(家) 상속소송에 대한 첫 변론기일에서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승계의사'에 주식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법리공방이 벌어졌다.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 서창원)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이병철 회장의 장남 맹희씨와 차녀 이숙희씨 등이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을 상대로 낸 제기한 3건의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병합해 진행했다.
재판부는 법리공방을 먼저 하고 증거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은 '차명 주식은 상속재산인지 여부, '이건희 회장이 참칭상속인인지 여부', 목적물, 즉 '상속받은 재산의 특정',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은 주식을 팔았다면 변환물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에 집중해 법리적인 다툼이 먼저 전개될 전망이다.
재판의 당사자들은 출석하지 않은 이날 재판에 대리인인 변호인들만 15명이 참석했다.
◇'경영권 승계의사'에 차명주식 포함될지 두고 격론
이 회장 측 소송대리인 윤재윤(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병철 회장의 경영권 승계의사는 당연히 그 경영권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주식의 승계의사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며 "이병철 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 등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주식은 회장 비서실에서 후계자가 될 피고 이건희 소유 재산과 함께 관리하도록 조치함으로써 그 재산들이 모두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에게 단독 상속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맹희씨 등의 대리를 맡은 김대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이건희 회장은 선대 회장인 이병철 회장에게 기명주식을 상속받은 바 있지만, 그것만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유지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면서 "문제가 된 차명주식은 경영권 승계와 전혀 관련이 없다. 이 회장은 다른 상속인들에게 차명주식의 존재를 철저히 숨겨왔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 측은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이건의 회장의 노력과 열정을 강조하면서 맹희씨 등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선대 회장인 이병철 회장의 유지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 측 윤 변호사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주식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단독상속을 다투는 것은 이 회장이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그룹의 공식 후계자가 된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라며 "이 회장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키운 회사의 지분을 25년이 지난 현재의 가치대로 다시 나누어 갖다는 것이어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상속개시시점과 제소시점을 비교할 때 주가가 40배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맹희씨 측 김 변호사는 "피고 측은 마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주식을 원고들이 빼앗으려 한다'는 의도로 몰아가면서 도덕성을 비난하는데, 맹희씨 등은 부당하게 침해된 권리를 찾으려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상속회복청구권 존속 기간 두고 첨예 대립
이날 공판에서는 상속회복청구권이 존속하는 제척기간이 경과했는지 여부를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회장 측은 "유산 분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맹희씨 측은 이 회장이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한 2008년 12월31일을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맹희씨 측은 지난해 6월 이 회장 측으로부터 '차명재산에 대한 공동상속인들의 권리 존부' 문서 등을 전달받고서야 상속권 침해행위를 알았다고 주장했다.
맹희씨 측은 "관련법상 제척기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외관상 상속인이어야 한다. 이 회장은 차명주식을 은닉 관리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변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관상 상속인으로 볼 수 없고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이 회장 측은 삼성특검 수사 발표로 차명주식을 알았다고 하지만 당시 발표내용으로는 상속인들이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제척기간을 주장하는 이 회장 측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선대 회장은 생전에 이 회장을 후계자로 정하고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주식이 인도된 것으로 상속인들 모두 이에 동의했다. 지금에 와서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미 제척기간이 도과돼 부적법하다"고 반박했다.
◇차명주식 없을 경우 '변환물' 두고도 공방 예고
이 회장 측의 주장대로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주식이 한 주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일 경우 '변환물'의 존재 여부를 두고도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됐다.
이 회장 측은 "원고가 이 회장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삼성생명이나 삼성전자의 주식은 이 회장이 선대회장으로부터 단독상속한 삼성생명이나 삼성전자의 차명주식과는 동일성이 없는 재산"이라며 "이 회장이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주식은 특검 조사 당시 밝혀진 바와 같이 이미 처분됐고, 원고가 돌려달라고 하는 주식은 이 회장이 배당금 등으로 매매 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새로 취득한 주식이므로 단독상속한 주식이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음을 전제로 하는 이번 소송은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맹희씨 측은 "이 회장이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주식을 다른 것으로 팔아서 변환물이 됐다면, 이 회장은 변환물의 상태로 차명주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차명주식을 팔아버렸다면, 그에 대한 추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재판부는 "변환물의 존재 여부에 대한 법리공방도 필요하다"면서 "목적물이 특정되지 않으면 제척기간에 대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맹희씨측에 '요구하고자 하는 범위를 명확히 기재할 것'과, 이 회장 측에는 이병철 회장의 사망시점인 1987년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주권발행 여부를 밝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변론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기일에는 이 회장을 참칭상속인이라고 봐서 제척기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우리 측 주장을 변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6월27일 오후 네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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