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금부터 벗으시죠."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의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참석자들이 일제히 재킷을 벗었다.
당초 절전의 의미를 새기자는 차원에서 '노타이(no-tie)'가 드레스 코드였지만, 박종웅 대한석유협회 회장이 "재킷을 벗고 행사를 진행하자"고 즉석 제안해 참석자들은 '쿨비즈(여름철 간편한 복장)' 차림으로 간담회를 이어갔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산업계가 전력 대란을 예방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백화점 등 24개 업종단체와 모여 '하계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산업계 절전 선언식'을 열고, 전기사용을 절약하는 활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국민들이 편리한 삶을 누리고,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안정적 전력공급은 필수적"이라며 "당분간 발전소의 추가적인 건설이 어려운 만큼 산업계도 적극적인 절전을 통해 전력대란 예방에 참여한다"고 절전 선언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각 기업들은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하계 전력수급 대책'에 협력하기로 하고 ▲조업시간 조정 ▲냉방온도 제한 ▲불필요한 조명 소등 및 엘리베이터 운행 축소 등을 자율적으로 준수하기로 했다. 또 임직원들도 전기절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계휴가 분산, 노타이 복장 등 에너지절약형 의류 착용도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허수영
호남석유(011170)화학 대표는 "24시간 연중 무휴로 공장을 가동해야하기 때문에 조업시간 조정에는 한계가 있지만, 제품 출하를 저녁으로 분산시키는 등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대를 가능한 피하도록 할 것"이라며 "업종 특성을 고려해 4~5% 수준의 전기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백화점협회 역시 절전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영재 한국백화점협회 부회장은 "화려함으로 먹고 살아야하는 백화점이 절전을 실시할 경우 고객들이 다소 불편해질 수 있겠지만, 전력 문제는 국가적인 문제기 때문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난해 절전에 나선 경험을 바탕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허 회장은 "지난 겨울에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전력난 위기를 극복했다"며 "비록 올 하계 전력 예비율이 낮아 다시 전력대란의 우려가 일어나고 있지만, 국민 모두가 함께 절약해 나가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허 회장을 비롯해 김창로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 최승주 두산중공업 부사장 등 각 업종단체 대표와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 30일 '산업계의 여름철 50대 절전 행동요령'을 발표하고, 다음달 1일부터 9월21일까지 71개 지역상공회의소, 서울시 25개구 상공회와 전국의 공장·사무실·상가 등에서 에너지 절감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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