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앵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선거를 맞은 정치권이 우후죽순 쏟아낸 복지정책들까지 더해져 정부의 재정 부담이 한계점까지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복지정책의 허점이 보완되지 않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대책만 쏟아지고 있다는 건데요.
당장의 복지확대보다 있는 정책부터 다시 돌아보고 점검하는 취지에서 뉴스토마토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복지정책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박진아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박 기자, 복지지출 예산이 역대 최고인데 그래도 예산이 부족하다죠? 그런데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한 푼이라도 더 필요한 시점에서 재정이 줄줄 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올해 정부의 복지지출예산은 92조6000억원으로 정부 재정지출의 28.5%에 달한데요. 재정 규모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한 것이 복지재정인데요. 그러나 문제는 복지를 늘릴 재원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 민간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최근 내 놓은 각종 각종 복지공약을 이행하는데만 5년 간 각각 281조원과 572조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국민 1인당 최대 355만원의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는데요. 갑자기 조세부담을 늘리는 것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정치권 역시 표를 의시해 돈을 쓰겠다는 공약만 많고, 어떻게 걷겠다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서 해답을 찾는 것인데요. 기존 정책들의 구멍을 새는 돈을 막고, 실수요자들이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2008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제도의 경우 무조건적인 지급방식 때문에 저소득층 노인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수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노인이 연금을 지급받는 수급불균형 문제가 심각한데요.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최근 급증한 보육복지 역시 전달체계의 잘못으로 수요자들이 제대로 혜택을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기존 복지정책에서의 허점을 매워 재정을 충당하고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돌아가게 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정치권에서 너도나도 할 것없이 포퓰리즘식 복지공약을 내세우는 것도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 이곳저곳에서 부작용이 많다죠?
기자: 네. 현재 대한민국은 '현금복지의 늪'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정치권이 최근 내 놓은 복지공약들을 보면 보육료 추가지원, 군인 월급인상, 노인 틀니비용 지원, 등록금 대출지원 등 현금성 지원이 대부분입니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복지는 당장 '표심'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현금복지가 주를 이루는 것인데요. 결국 국민들에게 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주지 못하고, 고기를 주기에만 바뻐 현실에 안주하려는 수급자들이 증가하고 탈수급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보육료지원만 보더라도 곳곳에서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보육료 지원덕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어린이 수는 크게 늘었지만 현금으로 지원하다보니 "시설에 안 보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고, 지나치게 어린 영아들까지도 시설에 맡기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자기부담이 가능한 부유층까지도 보육비를 지원받는 불합리함도 나타났습니다. 결국 정부는 현금복지로 재정을 낭비하고, 수급자는 수급자대로 정책 부작용의 피해를 입고 있는데요. 국민이 원하는 것은 현금복지가 아닌 수준높은 복지서비스인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보육문제와 관련해서 올해부터 시행된 만0~2세 무상보육으로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파탄 지경이라고 들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재원 배분 구조가 문제인 것 같은데 근본적으로 이를 개혁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정치권과 중앙정부에서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인데요. 복지현장에서 재정을 직접 배분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자체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복지지출의 증가는 지방재정의 압박요인이 될 수 밖에 없는데요. 돈이 없는 상황에서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등 최근 급증하는 복지지출을 감당하자니 결국 지자체 재정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최근 이런 복지비 부담을 지자체의 동의 없이 중앙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확대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는데요. 복지지출 급등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교부세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자체의 권한을 키워줘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이제 다른 측면에서 복지정책을 한번 들여다보죠. 공급자의 측면에서 복지정책을 살펴봤더니, 복지서비스를 전달할 공급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죠? 이는 복지서비스의 양과 질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정확히 짚으셨는데요. 복지전달체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력'인데요. 복지수요는 점점 늘고 있는데, 복지서비스를 전달할 사람이 없다는 얘깁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수는 인구 1000명 당 0.43명 수준인데요. OECD 국가들이 인구 1000명당 평균 12.24명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급 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결국 복지서비스의 양과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는데요. 늘어나는 복지 수요와 밀려오는 업무 속에서 현장을 둘러보는 것조차 쉽지 않고, 공무원 한 명당 담당하고 있는 가구수가 워낙 많이 세밀하게 복지서비스를 전달할 수 도 없는 실정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복지전달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해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을 7000명까지 증원하고, '희망복지지원단'이라는 복지서비스 팀을 출범시켜 복지서비스 개선에 나섰는데요. 이 또한 아직은 시행 초기여서 미흡한 실정입니다.
또 복지 현장의 문제점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임금 수준인데요. 이는 곧 수요자들에게 전달되는 복지서비스의 질과도 연결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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